웃음 주고 떠난 '캡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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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캡틴'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떠났다. 박지성은 25일 K리그 올스타와 팀 박지성 간의 대결을 마친 뒤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연합뉴스

승부는 이미 의미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어줬던 '영원한 캡틴'이 유쾌하게 축구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선수도, 팬도 마음을 모았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K리그 올스타'와 '팀 박지성' 간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장에는 적지 않은 비에도 5만113명의 관중이 몰려 열기를 더했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
K리그 올스타와 고별 무대
깜짝쇼 통해 재미 선사

"K리그 활성화" 희망 메시지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58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스피드와 체력은 한창때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간간이 보여주는 퍼스트 터치와 패스 감각은 여전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 그는 설렁설렁 움직이다가도 공이 오면 잽싼 몸놀림으로 팀 박지성의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공을 몰고 달릴 때마다 우레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전반 21분에는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펼쳐졌다. 센터라인에서 공을 잡더니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을 제치며 전진해 나갔다. 수비수 3명이 달라붙었으나 끝까지 볼을 빼앗기지 않고 오른쪽의 강수일(포항)에게 내줬고 정조국(안산)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박지성은 전반 30분 만에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갔다. 관중석에서는 아쉬움의 한숨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는 박지성의 깜짝 이벤트. 그는 후반 12분 다시 투입돼 관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재투입(?)된 박지성은 후반 19분에는 골망까지 흔들었다.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문전에서 침착하게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깔끔한 칩슛으로 골키퍼 이범영(부산)의 키를 넘긴 것. 박지성은 곧바로 팀 박지성의 감독을 맡은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영광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후반전 골망을 흔들자 2002년 월드컵처럼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긴 박지성. 연합뉴스

무더위와 폭우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팬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강수일이 선제골을 넣자 팀 박지성 선수들은 본부석 앞으로 달려와 두 줄로 마주 보고 섰다. 이어 박지성이 장발의 골키퍼 김병지(전남)의 팔짱을 끼고 그 사이를 걸어갔다. 김민지 아나운서와의 결혼을 이틀 앞둔 박지성의 웨딩 세리머니였다. 관중석, 그라운드 할 것 없이 폭소가 쏟아졌다. '신부' 김병지가 던진 부케는 노총각 수비수 김치곤(울산)의 몫이었다.
이날 강수일의 선제골이 터지자 박지성, 김병지가 함께 펼친 웨딩 세리머니. 연합뉴스

K리그 올스타와 팀 박지성은 6-6으로 비기며 경기를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팬들이 바라는 게 있어 경기장을 찾았다"며 "올스타전의 열기가 K리그 활성화의 씨앗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수 생활을 함께한 선수들과 다시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 좋은 추억으로 오래 간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마지막으로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로부터 박지성이 선물받은 뜨거운 헹가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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