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친서민 정책' 조코위, 인도네시아 새 대통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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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아들' 군부·기득권 세력 넘어 '희망'을 심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이 지난 23일 삼륜 오토바이에 조코 위도도의 사진을 싣고 자카르타 시내로 쏟아져 나와 대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목수의 아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53)가 최근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 교체도 이뤄냈다.

조코위는 이제 인도네시아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개혁을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조코위 당선인은 과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다양한 민족·언어·문화
분리독립 위한 폭력사태 잦고
정치 불안, 부정부패 만연
경제회복·정치개혁 난제 산적
중앙 정치 경험 부족 딛고
보수 반발 개혁 성공 여부 주목

■정치권에 분 신선한 바람=
조코위는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 유력 인사가 되려면 군부 출신이거나 유력 가문 출신이어야 했다. 카리스마와 강력한 리더십을 갖춰야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섬이 1만 7천여 개나 된다. 민족과 언어, 문화도 다양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리독립주의 주장이 거세고 폭력사태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인은 강한 지도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국민 대부분의 인식이었다.

한데 조코위는 그런 인물상과는 전혀 달랐다. 군부나 유력 가문 출신이 아니라 가난한 목수의 아들이었다. 허름한 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국민을 직접 만나고 다녔다. 이런 행보를 즐기던 그는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돼 단숨에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그의 소통과 현장 밀착형 리더십에 끌렸다.

그 이유는 이렇다. 국민들은 정치 안정을 위해 뽑았던 강력한 지도력을 내세웠던 인물들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드러냈다.

32년간 철권통치를 했던 고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물러난 1998년 이후 인도네시아는 군부 정치 개입 금지, 지방 분권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정치권에는 부정부패가 여전히 심각했다. 그 막후에는 유력 정치 가문, 군 장성 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코위의 친서민 정치는 국민을 사로잡았다. 특히 30세 미만 젊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조코위는 고 수하르토 전 대통령 사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해결해야 할 과제=조코위 대통령 당선인은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경제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수출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다. 중국이 고도성장할 때 고무와 주석 같은 원자재를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한데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려 경제 성장에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자본도 부족하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항구나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허술해서다. 섬이 많은 인도네시아 지형 특성상 사회간접자본을 확대하는 게 어렵다. 건설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이를 해결하려고 조코위 대통령 당선인은 투자를 이끌어내는 친기업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조코위 당선인은 2005년 수라카르타 시장 시절 지역 기업 육성 정책을 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외국 언론들도 "조코위 당선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 불안은 외국인 투자를 방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인도네시아에는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존재한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분리독립운동과 민족·종교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지방 분권이 이뤄져 있는 것도 조코위의 개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지역 개발, 교육, 보건 같은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지자체에 부정부패가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개혁을 시도해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기득권 세력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군 장성 출신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지지한 세력이 46.85%나 된다. 선거가 끝난 뒤 프라보워 후보는 "부정이 있었다"며 결과에 불복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고 국민을 단합시켜야 하는 게 조코위 당선인의 과제다. 조코위 당선인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단결해 평화를 발전시키고 인도네시아 통합을 위해 서로 도와야 할 때"라고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 당선 직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프라보워 후보 지지자들과 충돌을 우려해서다.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까 =인도네시아 국민의 열렬한 지지로 대통령에 선출됐지만, 조코위 당선인에겐 취약한 점이 있다.

정치적인 기반이 미약하다. 그가 중앙 정치 신인이라는 점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기존 정치인에게 씌워진 부패 이미지는 없지만, 인구 2억 5천만 명을 이끌 정치 경륜은 미흡하다는 뜻이다.

조코위 대통령 당선인이 속한 투쟁민주당연합은 현재 하원 의석 560석 중 207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프라보워 후보의 그린드라당연합이 보유한 하원 의석수 353석보다 적다.

조코위 당선인은 원내 다수 의석 확보를 위해 연정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투쟁민주당연합이 의석을 더 확보하지 못하면 개혁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깨끗한 정치, 관료주의 개혁, 친서민, 친기업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군부와 관료로 구성된 보수 세력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조코위 대통령 당선인이 인도네시아 국민을 단합시키고 경제 발전과 정치 개혁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코위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10월 20일 정식으로 취임한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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