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불신 가중시킨 검·경 수뇌부 책임져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세월호 수사'를 주도한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물러났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낸 사표가 수리된 것이다.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순천경찰서장도 경질됐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결과다.

이처럼 검·경 일선 수사 책임자들이 불명예 퇴진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유 씨 검거 작전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검찰은 지난 5월 22일 유 씨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부근에 숨어 있는 것을 눈치채고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 같은 달 25일 송치재 인근 별장을 덮칠 때도 검찰 수사관 40명만 보냈다. 경찰은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별장에서 2㎞ 떨어진 학구삼거리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수사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만약 검찰이 별장 인근 수색을 경찰에 맡겼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별장 2층 벽 안에 숨어 있던 유 씨와 인근 구원파 연수원에서 자고 있던 유 씨의 운전사가 도망을 치기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유씨의 시신을 발견한 지 40일이 지나도록 신원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런 검찰과 경찰이 이제 와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정보교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뿐인 공조 수사를 한 검·경이 누구 탓을 한다는 말인가.

정부는 유 씨 검거 작전 실패와 관련한 진상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추궁에 나서야 한다. 일선 검사장과 지방경찰청장이 퇴진하는 선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먼저 숨진 유 씨를 잡겠다며 군을 동원하고 반상회까지 소집토록 한 황교안 법무장관부터 책임을 져야 한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 역시 임기에 연연해선 안 된다. 조직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장수들이 상대방을 탓하면서 지휘권을 계속 행사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검찰과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야말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그것뿐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