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청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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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 성 웨이하이 시 웨이하이포인트CC는 국내 골퍼들이 아주 좋아하는 해외 골프장 중 하나다. 골프장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다.

이 절경의 골프장 남쪽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청나라 시대 북양함대사령부가 있었던 류궁(劉公) 섬이 있다. 당시 북양함대 위력은 동양 최강이었다. 함대는 청국 최대 전함인 7천335t급 정원함을 비롯해 철갑선 9척과 함선 22척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 북양함대가 일본과 단 한 판의 싸움에서 괴멸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른바 청일전쟁 류궁 섬 전투다. 1894년 당시 청의 해군은 부패가 만연해 기강이 땅에 떨어진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반면에 일본은 일사불란한 체제와 엄격한 군기를 자랑했다. 결국 청의 해군은 일본의 총력적이고 전격적인 기습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굴욕적인 청의 항복도 뒤따랐다.

지금 류궁 섬에 가면 섬 전체가 패전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 전쟁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대파된 정원함도 재현돼 항구 내에 전시돼 있다. 어떻게 보면 치욕의 역사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니 "잊지 않겠다"는 중국인의 각오와 다짐이 엿보인다.

오늘은 청일전쟁이 발발한 지 꼭 120년이 되는 날이다. 작금의 동북아 정세는 청일전쟁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G2로 급성장한 중국은 "120년 전 청과 다르다"며 항공모함을 진수하는 등 국방력 극대화를 통한 중국 굴기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급속한 우경화를 통해 군국주의 부활을 획책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헌법 재해석을 빌미로 자위대를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로 만들었다. 이미 양국 갈등의 상징이 된 센카쿠 열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셈이다. 청일전쟁 발발로 사실상 일제 지배를 받았던 우리로선 또다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순 없다. 한데 우리 상황이 딱하다. '세월호 수렁'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진용성 논설위원 abc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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