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사봉'의 나무 이바구] ④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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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백일홍… 무덤가에 많이 심어

나무의 이름을 알기는 쉽지 않다. 나무를 많이 보고 익혀야 하겠지만 나무 중에서도 특히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나무가 있다. 배롱나무가 그것이다.

배롱나무는 나무의 꽃이 백일 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고 하여 '백일홍', 나무껍질이 무척 매끄러워 원숭이가 미끄러진다고 해서 '원숭이 미끄럼 나무', 양반처럼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늦게 싹이 돋는다 하여 '양반나무'라고도 한다.

배롱나무는 무덤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묘지 주변의 음산한 분위기를 몰아내고 화사한 꽃으로 주변을 밝히기 위해서 많이 심었다. 그런 연유로 무덤가의 배롱나무를 '귀신나무'라고도 했다. 나무껍질을 긁으면 잎이 흔들린다 하여 '간지럼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사람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것과 같이 줄기와 가지의 경계 부분을 긁으면 흔들림이 생겨 간지럼을 타는 것 같다. 배롱나무는 5~6m 정도의 키에 구불구불 굽어지며 자란다. 껍질은 옅은 갈색으로 매끄럽고 얇게 벗겨지면서 흰 무늬가 생긴다. 작은 가지는 사각형이며 털이 없다가 자라면서 원형으로 변화된다. 잎은 마주나고 타원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표면에 광채를 띠며 털이 없고 뒷면 맥 위에 털이 듬성듬성 난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자루는 거의 없다. 가지 끝에 달리는 원추꽃차례의 꽃은 늦가을까지 달려 있다. 꽃받침과 꽃잎은 6개로 주름이 많은 편이다. 열매는 넓은 타원형. 10월에 성숙한다.

부산진구 양정동 하지공원 내에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된 배롱나무가 있다. 수령이 약 800년 정도의 노거수로, 우리나라 배롱나무로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이다. 원 줄기는 말라죽어 둥치만 남아 있으며 지금은 주변의 가지들이 별개의 나무처럼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양정동 배롱나무는 경이로운 생명력으로 인한 생물학적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동래 정씨의 선조 묘 옆에서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자손들의 부귀영화를 기원하며 오랜 세월을 버텨 왔기 때문에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김동조

숲사봉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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