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톡톡] 담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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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담배는 성인 남자의 기호품이지만 반면에 미움도 많이 받는다.

담배를 처음 배운 때는 고교 시절이었다. 시골서 중학교를 나온 동창생들이 고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캠핑을 하며 얄궂은 흡연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때는 그 나름의 논리도 세웠다.

'왜 청소년들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할까. 그건, 어른들의 독단이다. 몸에 안 좋다면 자기들이 먼저 끊든지 아예 제조나 판매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기성세대의 규제성 지침은 무시해도 좋을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담배를 대학을 졸업하면서 딱 10년 만에 끊었다. 연애시절에 아내가 '담배를 끊지 않으면 나도 피우겠다'고 우기며 라이터 불을 켜는 바람에 질겁을 하며 담배를 꺾은 것이다.

끽연 10년 동안 안개비 속에서 요구르트병 속에 담배를 넣어 피우며 즐거워하기도 했고, 술을 마시다 담배가 떨어져 새벽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꽁초 수집에 분주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수집한 꽁초로 만든 쿠바제 시가만 한 사제 담배 한 개비로 머릿속이 하얘지던 것도 이젠 추억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아비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담배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 같아 다소 안심이다.

어느날 큰아이가 "아빠, 창문을 열어놓았는데 담배 냄새가 너무 나요. 이거 문제 삼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말 좀 해 주세요" 했다. 잠시 머뭇거렸다. 흡연권과 혐연권 쟁송이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사생활의 자유보다 생명권 존중이 더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혐연권의 우세로 끝났다고 하지만 한때 애연가로서 이런 일로 어딘지 모를 아파트 아래층으로 항의 방문을 가기는 어려웠다. 창문을 닫는 것으로 사태를 진정시켰다.

최근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나누며 흡연 논쟁이 붙었다. 금연건물인 사내 화장실에서 아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담배 냄새 때문에 볼일을 채 다 보지 못하고 중도에 나왔다는 선배는 "폭발할 것 같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직 담배를 즐기는 후배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그래도 담배 피우는 사람의 행복추구권도 별도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서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논쟁 속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피해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처지를 헤아려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월호 단식농성장에 찾아가서 특유의 논리로 반대 목소릴 높이는 그들은 '철없는 애연가'일까? 이재희 기자 ja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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