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3 한 반 학생 17명 기말고사 '집단 부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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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중학교 기말고사에서 1개 반 학생 절반 이상이 연루된 시험 부정이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고교 시험 부정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 해운대교육지원청은 지난 2~4일 실시된 수영구 D중학교의 기말고사에서 3학년 1개 반에서 17명이 7과목에 걸쳐 시험 부정을 저질렀다고 24일 밝혔다.

부정행위가 발생한 해당 반의 학생 수는 29명. 전체의 60%에 가까운 학생이 시험 부정에 가담한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해운대교육청은 특정 과목의 성적이 좋은 학생이 수신호로 답을 알려주면 이를 보고 받아 쓰는 식으로 부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7개 과목 수신호로 정답 공유
소문 들은 교사가 학교에 알려
뒤늦게 해당 학생 '0점 처리'
학교장, 감독교사 등 9명 경고


이들의 부정은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을 들은 3학년 교사가 학교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D중학교는 11일부터 3일간 해당 반 학생을 대상으로 경위조사를 벌였고, 사실로 확인되자 14일 학업성적처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한 과목에 대해 0점 처리했다.

또 D중학교 교장은 관리 및 감독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감, 담임교사, 해당 학과목 감독 교사 7명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해운대교육청은 답안 공유 과정에서 학교 폭력 등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운대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사정으로 기말고사에는 학부모 감독관 없이 교사 1명이 시험 감독을 한데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장난기가 섞이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그러나 학부모 감독관 제도가 시험 부정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데다 학생들의 시험 부정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부산의 대부분 중학교에서는 중간·기말 고사 때 교사 1명, 학부모 1명 등 총 2명이 1개 반을 감독하는 '학부모 감독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1명보다는 2명이 감독에 훨씬 유리하지만, 실제로 감독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뒤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고 적극적으로 학생을 감독하거나 지적하지 못하다 보니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정한철 정책실장은 "등급이 나눠지면서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압박이 이전에 비해 훨씬 심해지고 있다"며 "'성적 지상주의'가 결국 시험 부정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것인 만큼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제도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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