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비극의 땅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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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절반 정도의 면적에 180만 명이 사는 곳, 가자지구.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곳을 '천장 없는 감옥'이라고 했다. 21세기에 과연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육지와 바다 모두 물샐틈없이 봉쇄돼 있다. 2010년 터키의 국제구호선이 접근하려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고 9명이 사망했다. 2014년 7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포격은 극악하다. 아이를 포함해 600명이 죽었으며 부상자는 4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가자지구에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이스라엘 고지대에서 구경 인파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고 한다. 정녕 인간의 모습이 이러한 것인가.

가자 비극의 전사(前史)는 한 줄기 빛이 스쳤을 뿐, 복잡하고 어둡다. 1994년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스라엘과 PLO의 평화 공존에 합의한 공로였다. 그러나 1995년 라빈 총리는 극우파에 의해 암살됐고, 2004년 아라파트 의장도 이스라엘에 의해 결국 독살됐다. 평화 공존이 산산조각 난 이후 이스라엘에선 극우파가 득세했고, 팔레스타인은 내전 운운할 정도로 분열됐다.

현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2곳 중 '요르단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거의 무력화됐다. 다른 1곳인 문제의 '가자지구'는 집권 강경 무장단체 하마스가 근거지로 삼아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있다. 하마스 집권에는 PLO 분열을 도모한 이스라엘의 음모가 있었다는 설까지 있으니 이런 난맥상도 없다.

가자 비극의 뿌리는 종교·민족·영토의 총체적 분쟁이다. 그러나 사람 목숨을 저렇게 짓밟을 순 없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은 잘못됐다. '자비나 관용은 천국의 가장 위대한 덕목'이라는 걸 일깨우는 종교는 어디로 갔나.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 팔레스타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다. 분명, 가자와 지상은 천국이 아니다. 이 자명한 사실이 아프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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