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거기서 '악!송구'… 무너져 버린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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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산 사직구장에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7회 초 1사 1, 3루 상황에서 삼성 이지영의 스퀴즈 번트로 3루 주자 박한이가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포수 용덕한이 박한이를 태그하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평행선을 달리던 경기에 금이 가게 만든 건 작은 실책이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23일 부산 시작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12-15로 완패했다. 후반기 들어 2연패. 서울에서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된 5위 두산 베어스는 가만히 앉아서 4위 롯데와의 승차를 2경기 차로 좁혔다.

롯데, 삼성에 12-15로 패배
'천적' 옥스프링도 조기강판


양 팀은 자신 있게 선발 투수를 냈다. 롯데는 삼성전에 가장 강하다는 크리스 옥스프링을, 삼성은 롯데만 만나면 짠물 피칭을 하는 장원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선봉장 두 사람이 모두 4회를 넘기지 못하고 조기 강판 당하고 말았다.

롯데는 1회 초 3실점 했지만 곧바로 2회에 대거 7득점 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타점 지원에 긴장이 풀린 탓일까. 옥스프링은 삼성 중심타선에 또다시 난타를 당하며 3회 초 7-7 동점을 허용했다. 이날 아들과 딸이 시구자와 시타자로 나서 의욕이 넘치던 옥스프링은 자녀가 보는 앞에서 머쓱해하며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선발이 일찌감치 무너지자 경기는 불펜 싸움으로 번졌다. 이날 롯데는 6월 평균 자책점이 3.59로 '1등 불펜'을 자랑하던 그 팀이 아니었다. 7월 들면서 불펜 실점이 잦으면서 평균 자책점이 4.50으로 급상승한 상태다.

롯데는 전준우의 솔로포가 터져 1점 차 리드를 안고 7회 초를 시작했지만 정대현이 채태인에게 홈런을 허용해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팽팽하던 승부가 기울어진 건 이 시점이었다.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이명우는 다음 타자인 삼성 이승엽을 평범한 땅볼 타구로 유인하고도 2루수 정훈이 1루로 악송구하는 바람에 이승엽을 2루까지 내보내고 말았다. 동점 상황에서 벌어진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실책은 곧장 후속타자 박한이의 중전 안타와 이지영의 스퀴즈 번트로 이어졌다.

롯데는 이명우를 내리고 김성배를 올렸으나 한 번 기세가 오른 삼성 타선을 잠재우기엔 무리였다. 대타로 나온 우동균이 역전 적시타를 뽑아내고 야마이코 나바로가 3점포를 터뜨리며 승기는 그대로 삼성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후 8회 삼성은 채태인과 이승엽이 나란히 홈런 2방을 날려 8-15까지 달아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롯데는 8회와 9회 4점을 더 뽑아냈지만 추격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진하던 루이스 히메네스는 이날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4번 타석에 들어서 2루타 하나, 볼넷 하나를 얻어냈을 뿐이다. 구단 측은 "(히메네스가)오늘도 제일 먼저 경기장에 나와 특타를 치는 등 안간힘은 쓰고 있다"면서도 "약점이 파악되다 보니 공에 몸이 쫓아나가는 걸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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