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휴가] 맑은 여울 그림 같은 풍경, 긴 낚싯대 드리우고 은빛 여름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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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 은어 낚시

은어 낚시 동호회인 '태화강 은어' 정정훈 총무가 울산 태화강 상류 망성교 부근에서 은어 놀림낚시에 걸린 은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태화강은 수질이 맑아져 연어와 은어, 황어가 모천회귀하고 있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한여름, 바라만 보아도 시원한 풍경이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에서 낚시를 하는 풍경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보던 낚시와는 조금 다른 조사들이 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바지에 긴 장대를 들고 허리춤에는 뭔가 달고 다닌다. 은어낚시인들이다. 대표적인 '공해의 강'에서 맑은 강으로 탈바꿈한 울산 태화강 상류에서 은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했다.

■'은어낚시 통신'

부산낚시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난 '태화강 은어사랑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말에 태화강에서 은어대회를 여니 취재를 와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마침 다른 일정이 있어 힘들다고 했다. 최근 강수량이 적어 은어낚시가 불황이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어기가 시작되는 9월까지 은어낚시 취재를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대회 이전에 낚시가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자신을 동호회 정정훈 총무라고 소개한 그는 "수량이 적지만 은어는 있을 것 같다"며 "같이 한 번 하자"고 시원하게 답했다. 올해 초 전국 단위의 은어낚시 대회에서 2위로 입상한 이였다. 정 총무가 주소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전송했다. 울산 태화강에서 경치가 빼어나기로 이름 난 선바위 바로 위의 망성교 부근이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오전부터 일찌감치 세운 듯한 텐트가 몇 동 있었다. 평일인데도 피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인 듯했다. 정 총무의 후배인 이석호 씨가 씨은어를 가지고 도착했다. 씨은어라니? 은어를 낚기도 전에 은어 구경을 한 것이다. 은어낚시는 다른 낚시와 달랐다. 미끼로 살아 있는 언어를 썼다. 이를 씨은어라고 하는데, 씨은어가 자연 속의 은어 영역을 침범한 뒤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낚시에 걸리면 낚아채는 놀림낚시였다.

■먹자리가 정답

정 총무는 은어낚시만 경력 8년차였다. 낚시 입문도 은어라고 했다. 너무 재밌고 매력적이라 다른 낚시는 쳐다보지도 않았단다. 다만, 9월부터 은어 금어기라 시즌이 끝나면 간혹 무늬오징어 루어낚시를 다닐 뿐이라고 했다.

"장비를 장만할 때 다소 부담스럽지만 한 번 사 놓으면 다른 낚시에 비해 경비가 저렴해요." 은어낚시는 낚싯대부터 달랐다. 보통 8~10m(민물낚싯대는 보통 5.4m)로 길었다. 길지만 가볍고 강도가 있어야 했다. 그러니 비쌌다. 은어낚시는 또 허리까지 오는 수심에서 낚시하는 경우가 많아 물 저항이 심한 웨이더보다 네오플랜 재질의 슈트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각종 낚시 채비를 보관할 수 있는, 길이가 짧은 은어낚시 전용 조끼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씨은어를 보관하는 살림통, 낚시를 하며 씨은어와 잡은 은어를 운반하기 위한 끌통도 요구된다. 펠트 재질의 계류화도 필수품이다. 물밑 지형이나 은어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한 편광 안경도 마찬가지다.

은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로 바다로 갔다가 이듬해 이른 봄부터 다시 강으로 돌아와 성장하고 산란하는 습성을 지녔다. 어릴 때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날벌레를 먹고, 성장하면서 계곡의 돌에 붙은 이끼를 먹는다. 이끼를 먹이로 하는 성체가 되면서 은어는 특유의 수박향을 풍긴다. 그래서 은어가 어릴 때는 털바늘 낚시. 씨은어 포획은 훌치기, 그리고 씨은어 놀림낚시 등 3가지 낚시가 모두 가능하다.

정 총무가 강바닥에서 돌 하나를 들어 보여 주었다. "여기 댓잎처럼 쭉쭉 그린 듯한 무늬가 있죠. 은어가 이끼를 먹은 먹자리입니다. 이런 곳에 은어가 있죠."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다.

■큰비 내린 뒤 활황

정 총무는 깊은 소가 있는 아래쪽을 탐색하고, 후배인 이석호 씨는 상류 쪽을 탐색했다.

"큰비가 한 번 와야 하는데, 아쉽네요." 보통 수량일 때 이곳 수심은 무릎을 넘을락 말락 한다고 했다. 그런데 수심이 다소 낮고 이끼가 많이 자라 있었다. 큰비가 와야 돌이 깨끗이 세척된다고 했다.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장마철 비가 많이 오면 흙탕물이 생기잖아요. 그 속의 흙과 모래 알갱이가 돌을 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른바 샌딩(sanding)이죠"라고 정 총무가 설명했다.

깊은 소에 웅크리고 있던 은어는 큰물이 한 번 지나간 뒤 쨍쨍한 한여름 햇볕을 받아 막 자라기 시작하는 조류를 먹으러 여울로 올라온단다. 이때 은어는 자기 영역을 강하게 지키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한 평 정도의 먹자리를 확보하고 다른 은어가 침범하면 강하게 배 아랫부분을 들이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씨은어를 투입하는 놀림낚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 먹자리를 지키려는 힘센 은어 한 마리가 씨은어를 들이받는다. 순간 씨은어의 꼬리 부분에 있는 세 발 바늘에 은어의 등이 꿰인다.

"30㎝ 은어 한 마리만 걸려도 감성돔 5짜 손맛 이상입니다." 이 기분에 은어낚시를 하죠. 씨은어와 잡힌 은어 두 마리를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그 느낌은 대형어 못지않다는 것.

"깊은 물에서는 갈무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은어를 던져서 뜰채로 받습니다. 여긴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습니다." 정 총무가 능숙하게 갈고리에 걸린 25㎝ 정도의 은어를 잡아올렸다.

"아무래도 큰비가 한번 와야겠습니다. 국내 최고 기록은 하루 335마리를 낚은 분이 있습니다. 섬진강이나 경호강에서는 보통 하루 50마리 정도는 낚죠."

시즌이 끝나기 전에 최상류에 서식하는 고등어만 한 은어를 만나러 산청 경호강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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