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01. 원전 연주를 통한 클래식의 새 체험-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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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악기 연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OST 앨범. 김정범 제공

파리에 올 때마다 유명 미술관들을 하나씩 찬찬히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방대한 작품들의 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짧게는 온종일 그리고 길게는 며칠에 걸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들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에 견학 온 현지의 어린 아이들이 떠들기도 하고 조각 작품에 손을 슬쩍 대보기도 하는 풍경을 볼 때면 '저러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이번에는 그 풍경들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어요. 이 아이들이 역사 속의 이 놀라운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어릴 때부터 이렇게 가까운 체험을 통해 자라날 수 있다면 이 오랜 역사를 간직한 미술관이 미래를 위해 꿈 꿀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크 시대 악기 '비올'
영화 통해 친숙하게 접근


루브르의 오디오가이드에서는 작품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종종 관련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는데요. 이것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그럴 때면 내가 미술관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들었고 이 음악들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이 만들어졌을 그 시대의 음악과 악기는 어떠했을까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졌네요.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루트 그리고 피아노 등 우리가 옛 악기들이라고 생각하는 이 악기들은 사실 현대의 악기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듣는 바흐의 음악들이 당시에는 우리가 접하는 이런 악기들로 연주되지 않고 더 이전의 악기 형태가 분명 존재했다는 것이죠. 이런 악기들을 우리는 고악기 또는 원전악기라고 말하는데요. 비슷한 악기지만 더 오래된 형태를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거의 전혀 다른 소리와 연주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뉴욕대 마지막 수업이 바로크 음악에 관한 수업이었는데요. 단순히 바흐와 바로크 음악을 생각했던 저에게 무척이나 어렵고 신기했던 수업이었습니다. 고악기들의 튜닝을 수학적으로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 연주 방법과의 차이와 악기의 구조. 그리고 실제 원전악기 연주자들이 강의실에서 연주를 해주었죠. 제가 지금까지 알던 바로크의 음악과는 정말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1991년작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은 스페인에서 등장해 15세기 중반부터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널리 쓰였던 비올(Viol)이라는 악기와 실제 존재했던 연주자 마렝 마레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첼로 형태와 유사한 비올은 이 영화의 음악을 통해 보다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는데요. 원전음악의 대가 조르디 사발(Jordi Saval)이 참여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고악기와 원전연주에 대한 다소 어려운 선입견을 무색하게 할 만큼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들이 미술관이나 역사책 속에서 박제처럼 존재하는 음악이 아닌 그 자체로 현존하는 음악이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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