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色 休暇] 당신의 여름 휴가는 어떤 색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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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해남에서 또 다른 끝으로 가야 닿는 보길도 공룡알해변. 갯돌이 파도에 밀고 쓸리며 내는 소리에 여름이 힘을 잃는다. 김병집 기자 bjk@

섬. 이맘때면 문득 그리운 무엇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 같은 게지요. 그 꿈은 일상에서 멀수록 더 설렙니다.

땅끝 해남 너머의 또 다른 끝에 있는, 참으로 아득한 섬으로 떠났습니다. 보길도입니다. 그 앞바다의 첫인상을 예쁘다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전복, 미역, 톳, 다시마 양식장이 지천으로 깔렸습니다. 짙고 푸른 바다는 삶의 방편들로 가득한 게지요. 그러나 바다 뒤척여 여름볕 심는 섬사람 보고 나면 첫인상이 달라질 겝니다. 살아가는 몸짓은 늘 아름답습니다.

보길도가 고산 윤선도의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가 공들인 원림 덕분이지요. 그러나 보길도는 그 섬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들이 점점이 이웃한 섬들에 갇힌 바다를, 땅을 부지런히 몸 놀려 일궈놨습니다.

그 섬사람들이 여름 보내는 곳이 있습니다. 뽀래기(보옥리) 공룡알해변입니다. 강제윤 시인이 "제일 좋아하는 해변"입니다. 그는 보길도 출신입니다. '보길도에서 온 편지'라는 책을 냈었지요. "갯돌밭은 한때 제게 위로였죠." 어느 해 봄, 그가 짓던 토담집이 갑자기 내린 비에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절망. 술 한 병 들고 공룡알해변을 찾았더랍니다. 한참 흐느끼다 나지막한 소리를 들었고 그는 집을 다시 짓습니다. 애써 그날의 귓속말을 묻지는 않았지만 짐작은 갑니다.

공룡알해변은 몽돌이 모래를 대신합니다. 몽돌은 갯돌로 불립니다. 정말 공룡알처럼 크고 둥글고 매끈합니다. 검은빛, 회색빛, 황토빛 갯돌은 수없이 밀리고 쓸리면서 수런댑니다. 경쾌했다 묵직했다 높았다 낮았다, 여름 날리는 수런거림입니다. 물 먹은 것과 바싹 마른 것은 다른 소리를 냅니다. 앞의 것은 끈적하니 달그락거리고 뒤의 것은 맑게 자갈거립니다. 해변에선 갯바람이 달려들고 파도가 따라서 꾸역꾸역 밀려올 겝니다. 어쩌면 파도가 먼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갯돌에 퍼질러 앉았던 여름이 종적을 감춥니다. 해변에 담갔던 발을 난대림 그늘에서 잠시 말려도 좋겠습니다. '겨울 햇살은 건들건들 놀다 가고 여름 햇살은 쌔빠지게 일하다 간다' 하지요. 그러나 여름볕이 아무리 들끓어도 보길도에선 괜찮습니다. 한 자락 갯돌음에, 한 점 갯바람에, 한 뼘 그늘에 여름은 쫓겨다니기 바쁠테니까요.

여름 휴가철 맞아 'Week & Joy 플러스 팀'이 오색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거창한 준비 필요하지 않은, 그저 동할 때 훌쩍 가는 여행들입니다. 기운도 차리는 맛 여행도 있습니다. 자, 이제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임태섭 기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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