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12척 배로 왜군 330척 맞선 이순신의 '위대한 전쟁'
왜군이 다시 조선을 침략한 정유재란(1597년). 임금은 교지를 통해 이순신에게 명령을 내린다. 권율 장군과 합쳐 한양으로 진격하는 왜군을 방어하라고 말이다. 눈치 빠른 부하들은 이순신에게 왕명을 받들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바다를 버리면 조선을 버리는 것"이라며 그는 바다로 나선다.
■'바다를 버리면 조선을 버리는 것'
지난 2011년 '최종병기 활'로 흥행의 달콤함을 맛봤던 김한민 감독의 신작 '명량'(鳴梁)은 이렇듯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에 맞서 싸운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 액션물이다. 난중일기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한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까닭에 이야기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는 임진년 이후 한동안 소강 상태였다가 전쟁이 재개된 정유년(1597)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그해 7월 원균이 칠천량(漆川梁)에서 대패하면서 조선의 수군은 궤멸되다시피 했다. 왜군은 남원(8월 16일)과 전주(8월 25일)를 함락시킨 뒤 파죽지세로 서울을 향한다. 전황이 급속히 악화되자 임금은 좌천시켰던 이순신(최민식)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8월 3일).
김한민 감독 '명량대첩' 실화 옮겨
바다 지키는 장수 번뇌·리더십 부각
한·일 불편한 관계 고려 애국심 자극
왜군 역 류승룡·조진웅 대립 '볼거리'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이 가득한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뿐.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구루시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을 더욱 술렁인다. 무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은 12척의 배를 이끌고 소용돌이치는 바다 명량으로 나서는데….
■조류 심한 울돌목서 기적 같은 대승
'명량'은 크게 해상전투 전과 후로 구분된다. 영화 초반에는 양국의 장수 최민식과 류승룡의 카리스마 대결을 맛볼 수 있다. 굳게 다문 입술과 깊이 있는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최민식은 난중일기에 그려진 무관 이순신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대사가 적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지만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이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몰입도를 높이려고 했다. 여기에 같은 왜군 역이지만 류승룡과 조진웅의 대립 또한 흥미롭다. 이순신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왜군 장수 와키자카 역의 조진웅이 '온건형 장수'라면, 냉혹함과 지략을 갖춘 왜군 용병 구루지마 역의 류승룡은 '살벌한 왜놈'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갈등도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