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변사체로 발견] 구원파 조력자 어디 가고… 노숙자 행색 '나 홀로 사체' 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발견 당시 상황과 남는 의문점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고 경찰이 확인한 가운데 22일 오전 변사체가 발견됐던 밭에서 최초 발견자인 마을 주민이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현장에 변사체의 일부 머리카락과 뼈조각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은 발견 당시 거의 반백골화됐을 정도로 상당히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많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도피생활을 이어온 유 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된 배경과 사망 원인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유 전 회장의 너무 심하게 부패된 시신과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습관 등을 고려할 때 발견된 시신이 유 씨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신 추정지 인근 야산서
반백골 상태 반듯이 누워

조력자들 잇따라 체포되자
혼자 도피하다 영양실조?
추적 압박에 자살 가능성도

키 등 신체특성 차이 나고
술 마시지 않는 유 씨 주변
술병 나온 이유도 밝혀야

■거의 반백골 상태로 부패

유 전 회장의 시신은 발견 당시 반백골화가 80%가량 진행된 상태였다. 사망 시점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부패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의 변사체는 겨울 점퍼에 벙거지를 썼고, 하늘을 바라보고 반듯이 누워 있었다"고 밝혔다. 시체 옆에는 나무지팡이와 천가방도 발견됐다. 천가방 손잡이는 양말로 묶여 있었다. 가방 안에는 러닝셔츠 한 벌과 모 프랜차이즈 치킨점의 머스타드 소스가 들어 있었다.

경찰이 밝힌 시신의 상태로 미뤄봤을 때 변사체는 사망 이후 고온 다습한 계절 탓에 부패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의 밭에서 유 전 회장의 변사체를 첫 발견해 신고한 전남 순천의 박 모(77) 씨는 "변사체의 행색을 보는 순간 노숙자 같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달 6월 12일 오전 9시께 평소처럼 매일 찾던 자신의 밭에 올랐다. 야산 밑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계단식 밭 밑부분에는 고추, 위쪽에는 매실나무 모종과 함께 수박씨를 심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밭을 한 바퀴 둘러본 그는 밭 한쪽 풀숲이 꺾여 눕혀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풀을 헤집고 살펴보고 화들짝 놀랐다. 심하게 부패해 뼈까지 보이는 시신이 구더기와 함께 발견된 것. 시신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반드시 누워 있고 머리카락은 백발이 성성했다. 초봄 옷차림의 점퍼차림에 운동화는 무척이나 오래돼 보였다고 그는 말했다. 시신 옆에는 천가방 안에 소주 두 병과 막걸리 병이 들어 있었다.

박 씨는 "시신을 발견했을 때는 비가 한창 내리던 시기였다"며 "비가 내리고 무척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시신의 부패가 빨리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유 씨가 한 때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송치재 휴게소 인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변사체가 유 씨가 아닐 수 있다는 일부 반론도 나오고 있다.

우선 그 근거로 너무 심한 부패를 들고 있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분리될 만큼 부패가 심해 신체형태로는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유 씨가 아무리 날씨가 더웠다 해도 불과 18일 만에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사체 발견 당시 키 등 신체적 특성이나 체구 확인 과정에서도 다른 점이 많은 것도 지적된다. 발견 당시 시신 옆에 놓인 천 가방 안에 소주 2병과 막걸리 병이 들어 있었던 점도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유 씨의 습관을 감안하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왜 홀로 발견됐나

유 전 회장이 왜 이 곳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다. 유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순천 송치재 휴게소로부터 2.5㎞ 가량 떨어진 곳이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장기간 도피 행각을 이어온 유 씨가 이런 외진 곳에서 홀로 발견됐다는 점은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과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59·여·지명수배)씨 등 구원파 신도 38명이 유 씨의 도피를 돕다 체포됐다.

우선 검찰의 압박으로 초기 도피 조력자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유 씨가 이후 혼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있다. 발견 당시 시신은 겨울점퍼에 벙거지를 썼고, 하늘을 바라본 상태로 누워 있었다.

3개월에 가까운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포위망에 압박을 느낀 유 씨의 자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신 주변에 소주병과 막걸리병 등이 흩어져 있어 술과 함께 음독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