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참여예산제, 유명무실한 제도 안 되도록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지역의 '주민참여예산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난 2011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의무화됐다. 부산 지역은 2012년부터 도입돼 현재 시행 중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방재정의 투명성 강화와 예산에 대한 주민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것 같아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부산참여자치연대가 분석한 부산 16개 구·군의 2년간 제도 운영 실태를 보면 곳곳이 허점투성이다. 우선 주민참여위원들의 모집부터 중구난방이다. 해운대구청 등 6개 지자체는 공개모집을 통해 위원들을 뽑지만 나머지 10개 구청은 공모 이외에 지자체 추천 방식이나 공무원 위원을 두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이 중 4개 구는 공모 자체도 하지 않는다. 주민 참여가 핵심인 제도에서 대표성 없는 관변인사 위주의 제도 운영은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추천된 위원 면면과 형식적 회의 진행도 비판의 대상이다. 지자체 추천 위원의 경우 지역 위원회, 기관 등에서 추천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는 주민의 실제 의견과 이해를 반영하기보다 해당 지자체의 입김대로 예산안이 편성될 우려가 있다. 위원회의 회의 횟수도 연 1회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주민 의사를 충분히 검토하고 예산안에 적절히 반영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수요자 중심의 예산편성, 재정의 낭비요인 제거 등 장점이 많은 제도다. 제대로 시행되면 구정의 이해를 높이고 행정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어 지자체의 성공적 운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지자체의 분발과 적극적 개선 의지가 요구되는 이유다. 더불어 위원회 구성과 모집에 관한 엄격한 조례 보완책도 뒤따라야겠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두말할 필요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