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해운대기장갑 후보 직격 인터뷰] ② 새정치민주연합 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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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나 마나 한 선거라고요? 유권자 모독하지 맙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새정치민주연합 윤준호 후보 사무실(해운대구 반여동)에 가는 길은 꽤 불편했다. 한 번 환승하고도,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만 했다.

번영로 원동IC 근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왕자맨션 옆 도로를 따라 걷자 저 멀리 윤 후보의 파란색 현수막이 먼저 기자를 반겼다.

"부패, 구태, 무능… 이번만은 바꿉시다!" 사무실 외벽에 붙은 현수막에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거친 단어들이 가득했다.

가는 길 양쪽으로는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왼쪽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오른쪽으로는 허름한 상가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여당 후보보다 인지도 낮고 열세인데
"새누리 피로감 상당, 해볼 만한 싸움"

어학원 대표를 교육 전문가로 볼 수 있나
"영어만 집중해 글로벌 인재 육성"

당 대표 등 중앙당만 본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눈물 마케팅에 비할 바 아냐"

새정치연합이 대안 세력 될 수 있겠나
"독점 권력이 보여준 구태 넘어설 것"

의자에 앉는 기자에게 윤 후보는 해운대구의 동서격차 얘기부터 꺼냈다. "해운대구는 바닷가 쪽으론 휘황찬란하지만 반여·반송 등 내륙은 낙후를 면치 못하는 곳이 많다. 새누리당 일당 독점의 결과다." 사무실을 반여동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됐고, 새정치연합 지지도도 높은 편이다."

윤 후보는 해운대구 전체의 불균형 발전을 지적했는데, 기자의 눈에는 같은 반여동 안에서도 지역적 불균형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격 인터뷰의 성격상 단도직입적으로 후보의 아픈 부분을 찔렀다. "해보나 마나한 선거라는 얘기가 들린다."

인터뷰를 통틀어 윤 후보는 이 대목을 가장 아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답변은 거침없었다.

"아마 상대 후보 진영에서 그런 얘기를 흘리는 모양인데,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인지도가 뒤진다는 것은 잘 안다. 25년간 정치권력을 독점한 세력에 비해 열세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다. 올 지방선거는 새누리당 독점에 대한 경고였다. 새누리당에 대한 주민들의 피로감, 변화에 대한 갈망을 잘 결집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본다."

또 물었다. "6·4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선거에 떨어지고 곧바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 같은데…."

윤 후보는 "이제야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은 것 같다"고 운을 떼며 대답을 이어갔다. "구청장 출마는 당과 지방선거 후보들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낙선했지만 구의원 6명이 당선하는 성과도 있었다. 해운대 주민들과 지역발전을 위해 새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정치적 역할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새정치민주연합 윤준호 후보와 참모들이 최근 해운대구 반여동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대책을 짜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윤 후보는 자신을 '해운대가 키운 20년 교육전문가'라고 내세운다. 어학원 대표가 교육전문가다? 얼른 보기에 퍼뜩 이해가 안 됐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했다면 영어 한 우물만 팠겠느냐. 다른 학원은 수학, 음악 등을 끼워 팔지 않느냐. 자체 브랜드로 부산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곳은 '코렘'이 유일하다. 그렇게 20년간 글로벌 인재 육성을 하면서 교육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다. 번 돈으로는 영어 뮤지컬 극단과 글로벌리더십센터도 운영했다. 저소득층 자녀는 할인도 해준다. 그러면서 맺은 해운대 주민들과의 끈끈한 유대, 1만 명이 넘는 졸업생은 내 자산이기도 하다. 인문학 읽기 모임도 하면서 주민들과 소통한다."

지난 13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안철수 당 대표, 문재인 의원이 방문했다. '지역 일꾼론'으로 승부하는 새누리당과 달리 고공지원이 많았다.

"후보의 인지도 부족을 중앙당 지원으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고 묻자 윤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를 예로 들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 선거에 당 대표와 소속 의원이 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고 하소연하며 지방선거판을 흐린 새누리당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윤 후보는 줄곧 지역권력 교체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과연 새정치연합이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10년간 국정을 이끌어 왔던 분들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정치를 추진하는 분들이 통합해 만든 당이다. 25년 부산 권력독점은 견제 없는 일방독주였다. 해운대의 경우, 정치 권력 승진을 위해 임기를 마치지도 않고 국회의원과 구청장 시의원이 동반사퇴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고 등 돌리는 원인이 바로 이런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새누리당의 대안을 뛰어넘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할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윤 후보가 구체적인 공약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다 지적하자 '트램'(노면전차)을 예로 들며 자신의 구상을 털어놨다.

"도시철도 2·4호선을 잇는 트램으로 해운대 동서 통합과 소통을 획기적으로 이룰 수 있다. 친환경 트램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돼 지역 불통 해소, 주거환경 개선 등 해운대가 도약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그는 도심주거지역재생 특별법과 폐원전처리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첨단 소프트웨어 기업 유치, 관광특구청 설치 등을 덧붙여 설명했다.

윤 후보의 큰 걱정 중 하나는 낮은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높을 경우 야당이, 낮을 경우 여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어서다.

"10% 정도의 유권자 지지로도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다. 선거는 책임을 묻는 기회다. 세월호 참사 책임, 부실 인사 검증으로 불러온 국정 혼란 책임, 동반 중도사퇴로 인한 구정 공백을 심판해야 한다."

근처 국밥집으로 옮겨 식사를 하면서 매서운 눈매를 숨기려고 항상 웃는다는 얘기, 올해 지방선거가 첫 자기선거여서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얘기 등을 더 들을 수 있었다.

윤 후보는 기자와의 '까칠한'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이번 선거는 10년 구청장직을 중도 사퇴한 정치권력 독점 세력과, 그것을 해체해 견제·균형의 정치를 원하는 세력의 대결이다. 선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금의 판세는 더 열심히 뛰라는 '격려'라고 본다. 열심히 뛰는 게 내가 할 일이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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