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지금이 제철] 함양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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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일교차로 저장성·효능 탁월

경남 함양군 수동면 내백리 노성인(53), 임봉연(46)씨 부부가 농장에서 여주를 수확하고 있다. 류영신 기자

'산간지역인 지리산 자락에서 아열대 작물인 여주(쓴오이)가 생산된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경남 함양군에 가보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제철을 맞은 여주로 함안지역 농민들의 일손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22일 경남 함양군 안의면 함양영농법인에서 운영하는 천령식품 가공공장에는 새벽부터 트럭들이 몇분 간격으로 들고 남을 반복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모두 여주를 실은 차량으로 새벽에 인근 농장에서 갓 수확한 것들이다.


2004년부터 재배
전국서 가장 많이 생산
축제 열어 요리법 소개
혈당 개선 효과 연구도


함양군은 국립공원 지리산과 남덕유산을 비롯한 고산준령이 펼쳐져 해발 고도가 높고 서늘한 산간지역이다. 아열대 작물인 여주를 생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함양은 전국 제일의 여주 생산지다. 함양영농법인 70여 농가가 11㏊에서 연간 600t을 생산하고 있다.

함양 여주는 높은 일교차로 재배돼 저장성이 강하고 다른 지역의 여주에 비해 효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양 여주는 지난 2004년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지역의 한 농민이 여주가 당뇨에 좋다는 말을 듣고 여주 씨를 중국에서 가지고 와 재배하면서부터다.

이후 농민들이 한두 명씩 여주 재배에 동참하면서 2008년부터 딸기 후작으로 여주를 시범재배하기 시작했다. 서늘한 기온의 산간지역에서 여주를 재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농민들의 도전은 계속됐다.

농민들의 노력에 행정기관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함양군은 2011~2013년 여주 재배를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3년간 30억 원을 투입해 여주가공시설 2식, 여주체험관 등을 설치하고, 여주 상품개발, 홍보, 마케팅 등에 적극 나섰다. 농만들에게는 1억 8천만 원을 지원해 여주생산시설 하우스를 설치하도록 했다.

특히 신규사업으로 올해부터 2016년까지 3년동안 총 8억 원을 투입해 함양영농조합법인, 한국콜마, 경상대, 경남과학기술대 등이 참여하는 여주의 혈당개선(당뇨)효과 기능성 등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섰다.

여주는 혈당 강하와 혈압 안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식물인슐린(폴리펩티드)이 풍부해 혈당치를 조절하거나 동맥경화를 막고, 암을 예방한다. 또 씨앗 등에 포함돼 있는 공역리놀린산은 체내에서 지방을 분해시키고 독소나 노폐물을 없애줘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타민C가 레몬과 양배추보다 4배 정도 많아 피로해소에 좋고 철분의 체내흡수에도 도움을 줘 건강한 몸과 피부를 만들어 준다. 땀띠가 생기면 여주껍질을 비벼 욕조에 띄우거나 피부에 바르면 효과적이고, 변비나 설사 때는 껍질을 달여서 마시면 효능을 볼 수 있다.

여주보관법으로 채소전용 위생비닐팩에 넣고 냉장고 채소칸에 넣어두면 10일 정도는 보존할 수 있고, 신선도가 떨어지면 얇게 썰어서 햇볕에 말리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함양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주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로 3회째 맞는 여주축제는 국가지정축제로 함양군 안의면 안심마을에서 오는 8월1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여주축제는 여주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여주피클, 여주초절임), 여주 따기, 여주비누 만들기, 여주세제 만들기, 여주터널 속 걷기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탈곡하기, 디딜방아, 절구방아, 떡메치기, 떡만들기등의 행사도 마련돼 있다.

함양영농조합법인은 1㎏ 6천 원인 여주를 8월말까지는 5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여주를 2차가공해 환으로도 팔고 있으며 차와 즙, 열매를 가공해 주스로도 판매하고 있다.

함양영농조합법인 이해근(54) 대표는 "함양 여주는 다른 지역의 여주와는 달리 산간지역에서 생산되다보니 효능이 매우 뛰어나 지난해에는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면서 "농민들과 행정당국의 노력으로 여주가 지역특화 작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류영신 기자 ys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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