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화재 현장의 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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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퇴근해서 저녁을 먹는데, 서울 사는 누님이 전화를 했다. 부산 도시철도 화재 소식 때문이었다. 퇴근시간이라 대형 사고가 될 뻔했던 이 화재는 시청역에서 시민 5명이 힘을 합쳐 초기 진화를 잘한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끝났다. 한데, 며칠 뒤 부산교통공사가 이 강심장 시민들을 찾는다는 뉴스가 나왔다.

'CCTV에는 전동차 지붕 위에 불꽃이 일자 한 시민이 젊은 남자를 목마로 태웠고, 목마 탄 젊은이는 또 다른 시민이 건네 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런데, 당시 시민들의 활약상을 설명하는 이 기사, 뭔가 찜찜한 게 있다. 일단 사전을 보자.

*목마(木馬):나무로 말의 모양을 깎아 만든 물건. 어린이의 오락이나 승마 연습 따위에 쓴다.

이래서, 저 젊은 남자는 결코 '목마'를 탄 게 아니었던 것. 비록 부산교통공사가 '목마'로 보도자료를 냈더라도 언론은 기사에서 옳은 말로 바꿔 줘야 했다. 다시 사전을 보자.

*목말:남의 어깨 위에 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는 일.

그러니, 저 기사에서 '목마'는 '목말'이라야 했던 것.(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는 '혹말'이라고도 부르지만, 표준어는 아니다.) 목말과 비슷한 말로들 알고 있는 것 중에 '무동, 무등'이 있지만, 역시 표준어는 아니다. 다만,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무동(을) 서다'가 '남의 어깨 위에 올라서다'라는 뜻의 관용구로는 올라 있다.

그래도 '목마'와 '목말'이 헷갈린다면, 아래 시를 권한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박인환 '목마와 숙녀')

목마는 '물건'이라서 저렇게 방울 소리 울리며 떠날 수 있지만, 목말은 '행위'여서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 기억하자. 이진원 기자 jinw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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