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장 금품 수수 파장] 의례적 금품 괜찮다? 경찰 징계 규칙엔 "500만 원 이상 해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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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초의 여성 치안정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금형(사진) 부산지방경찰청장이 부산 경찰의 상징적 장소인 자신의 사무실에서 현금 500만 원이 든 돈봉투와 그림 1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청장과 부산 경찰 측은 이에 대해 모 불교단체로부터 전·의경을 위한 위문금조로 받았으며, 관행적인 것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는 투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현행법 및 각종 규정 위반이라는 점에서 군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다. 또 일선 경찰관에게는 공정한 수사를 위해 청렴을 강조하는 수뇌부가 관행을 이유로 '도덕 불감증'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있다.

전·의경 위문금 모금
보훈처 규정서 금지 대상
경찰 내부서도 엄격히 금해

대가성 없는 기부금도
목적·용도 명시한 후
심사위 심의 거쳐야 해

500만 원 이상 금품 수수
적극 수수 땐 파면까지 가능
의례적일 때도 '해임' 명시

■위문금은 모금 못 해

이 청장은 지난 2월 13일 자신의 집무실 옆 접견실에서 부산 모 불교단체 임원진로부터 받은 돈을 '경찰 전·의경 위문금 명목'이라고 해명했다.

우선 결국 '위문 행위에 사용하지 않은 돈을 위문금으로 볼 것인가'라는 사실부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위문품을 사는 데 쓰려고 했다"는 식의 해명만 있을 뿐 지난 5개월 동안 보관한 현금으로 위문품을 구매하려는 공식적인 절차는 한 차례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청장의 해명대로 위문금이라 하더라도 관련법상 민간인의 기부금을 공무원이 직접 수령할 수 없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에는 '공무원은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금품이라도 접수할 수 없다. 단 기부심사위원회를 거친 경우는 접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경찰 내 기부심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금품은 아예 받을 수조차 없는 것이다.

민간단체에게 전·의경 위문금을 모금하는 것도 보훈처 규정에 어긋난다. 전·의경 대상 위문금 처리에 관한 규정인 '국군장병 등 위문금 관리규정(국가보훈처 훈령 제1017호)'에 따르면 위문금은 공무원 및 공기업, 준정부기관, 공공기관 또는 소속 단체의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모금하도록 되어 있다. 민간단체로부터 전·의경 위문금 모금은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이 청장은 민간단체에게 모금할 수도 없는 돈을 위문금 명목으로 받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금형 부산지방경찰청장의 금품수수 사건이 축소·무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21일 오전 정문에서 바라 본 부산경찰청사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사정기관 청렴원칙 위배

경찰 등 사정기관의 금품수수는 기부금 명목일지라도 수사 중립 원칙을 해칠 수 있어 엄격하게 제한된다.

행정안전부는 민간이 제공하는 경찰관 위문금품은 일체 받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경찰청 내부적으로는 민간이 제공하는 전·의경 위문금품 접수를 금지하고 있다. 수사에 필요한 청렴성 유지를 위해 이중삼중의 장치를 마련한 것. 이 같은 지침 등은 일선 경찰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인의 정서상으로도 경찰의 금품수수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인되기 어렵다. 당장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부금을 건넨 단체나 개인이 사정의 심판대에 섰을 때 수사의 칼날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단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포괄적 의미의 뇌물수수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청장의 금품수수는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와 동떨어진 것을 물론이고, 정부과 경찰청 내부의 청렴 원칙에도 명백하게 위배된다.

이 청장이 이번에 문제가 된 500만 원 등을 수령하려면 단체에게 사용 목적과 용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지정기탁서를 접수받은 뒤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다. 이 청장은 "잊어버렸다. 바빴다"는 이유로 기부심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5개월간 현금을 방치했다가 본보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불교단체에게 돌려줬다.

 

■경찰 징계기준상 해임도 가능

경찰은 구체적인 징계기준까지 마련해 청렴의무 위반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경찰청예규 제723호)'에 따르면 경찰관은 금품수수와 향응 규모에 따라 견책에서 파면까지의 징계를 받도록 되어 있다.

특히 적극적으로 금품을 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동적으로 금품을 받았을 때에도 징계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사정기관의 '청렴의무'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직무와 관련한 금품수수 이외에 의례적인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한 경우도 처벌하도록 명시돼 있다. 금품을 제공한 불교단체가 '경승실의 연례행사인 의경 위문행사'라고 해명한 것을 고려할 때, 이 청장이 의경 위로금 명목으로 받았다면 수수한 돈은 '의례적인 금품'에 해당한다. 경찰 징계기준에 따르면 의례적인 금품이나 향응 등을 500만 원이상, 1천만 원 미만으로 수동적으로 수수했을 경우 해임조치 대상이 된다.

한편 사정기관의 금품수수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대가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어, 감찰 결과에 따른 징계는 물론 사법적인 처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는 현장에 배석했던 참모들도 금품수수가 이뤄진 현장을 묵인 방조했기 때문에 공동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송지연·김백상·김한수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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