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부산시 '산토끼' 대신 '집토끼'부터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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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부산시장은 출마 예정자 시절 사직구장을 방문해 '부산·경남 공동연고' 공약을 제안했다. 당시 더그아웃을 돌이켜 보자면 선수, 코치, 기자 할 것 없이 '이건 뭐냐'는 뜨악한 표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관중석으로 카메라를 돌렸어도 사정은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일선에 있는 체육인 한두 명만 붙잡고 자문을 구했어도 내놓지 못했을 엉성한 공약이라는 평이었다.

선거 후 야구장에서 만난 한 스포츠지 기자는 "그런 '자폭 공약'을 당당히 앞세우고도 당선이라니 부산이 대단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 시장과 부산시가 누구 하나 원치 않던 '산토끼' 사냥을 나서겠다고 떠드는 사이 '집토끼'는 푸대접에 집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1985년 준공된 노후 경기장에서 전국 최고의 전기요금과 난방비를 짊어진 부산 KT는 올해도 연고지 경기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이다. 팀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 확보 등에 제약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2의 야구단으로 프로 스포츠를 부흥시켜 침체된 부산 분위기를 다잡아보자는 의중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애원한 적 없는 제2 야구단보다는 당장 홈 팬 앞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연고 팀부터 붙들어놓는 게 제대로 된 순서가 아닐까.

선거철 팬심의 규모만 놓고 스포츠 공약을 저울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집토끼' 간수는 서둘러야 할 일이다.

농구는 부산시가 보유한 유일한 겨울 프로 스포츠다. 호시탐탐 지역 농구팀에 군침을 흘리는 수도권 지자체 앞에서 부산시의 연고 팀 배짱 관리는 이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스포츠에서 부산시가 결코 '갑'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권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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