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먹고 극심한 복통…위에 붙은 고래회충 아니사키스 잡아라
여름 휴가지에서 즐기는 생선회? 그 졸깃함 속에서 배어나오는 감칠맛이란! 상상만으로도 입은 벌써 즐겁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아니사키스. 회맛 좀 안다 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다. 일명 고래회충. 회 잘 먹고 복통이 일어난다면 십중팔구 요 녀석 때문이다.
오징어·방어·광어 감염원
길이 1~2㎝ 위벽에 침입
식중독처럼 복통 설사 동반
위 내시경 통해 끄집어내야
■직장인 Y 씨의 끔찍한 고통
평범한 40대 직장인 Y 씨. 지난해 여름의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어느 날 등 뒤쪽에서 따끔따끔 통증이 간헐적으로 일어났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하루 뒤 그 통증이 급속도로 커졌다. 등 뒤에서 아랫배까지 다 아팠다. 증상은 아팠다가 잠잠해지고, 다시 확 몰아치는 식으로 반복됐다.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하루 이틀 더 기다려 보고 대책을 찾아보자고 했다. Y 씨는 소리를 질렀다. 당장 아파 죽겠는데 무슨 소리냐고. 고민하던 의사는 다른 병원을 소개시켜 줬다. 아는 선배 의사가 기생충을 전문으로 다루는데, 거기서 검사를 한번 받아보라고.
끙끙 앓으며 찾아간 그 병원의 의사는 Y 씨를 보고 "근래 회 먹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의사는 "지금 고통은 위에 붙어 있는 기생충 때문"이라며 "내시경을 통해 잡아내야 한다"고 했다.
내시경의 고통을 참아내며 잡아낸 기생충을 Y 씨는 제 눈으로 확인했다. 손가락 한 마디 길이쯤 되는 하얀 실처럼 생긴 놈. '저 작은 놈이 그리 큰 고통을 줬던가' 싶은 Y 씨는 그 뒤 한동안 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다.
■기생충약으론 안돼
Y 씨를 고통을 몰아갔던 기생충이 바로 아니사키스다. 여름철에 회를 안전하게 먹으려면 녀석을 조심해야 한다.
아니사키스는 원래 돌고래, 물개, 바다표범 등 바다에 사는 포유류의 위 속에서 기생하는 선충류다. 이들 바다 포유류의 대변을 통해 배설된 아니사키스의 유충은 바다새우 체내에서 성장하다가 새우를 잡아먹은 물고기나 오징어로 옮겨 산다. 따라서 사람이 그 물고기나 오징어를 끓이지 않고 회로 먹으면 사람의 위로 침입하게 되는 것이다. 크기가 1~2㎝ 정도다.
아니사키스의 유충이 사람의 위벽을 침입하면 복통, 구역질, 급성 위경련,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하게 된다. 그 증상이 급성 식중독이나 췌장염, 담낭염과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 하지만 혈액검사를 해보면 백혈구가 현저히 증가하고, 급성 위출혈이 관찰된다.
주로 위벽에 침입해 상처를 내는데, 드물게는 그 상처가 만성화돼 대장 또는 직장 주변에 혹덩어리 형태로 남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대장암이나 직장암으로 오해해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심하면 장 폐쇄증을 겪기도 한다.
아니사키스증의 치료로 메벤다졸이나 프라지퀀텔 등 일반 기생충약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위내시경에 의한 유충의 적출이 최선의 방법이다. 대개는 위내시경에 의해서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이미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켰다면 위궤양 치료제로 증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①~④는 아니사키스 유충이 사람의 위벽에 침투하는 모습. ⑤는 아니사키스 유충을 위 내시경을 통해 잡아 꺼내는 장면. ⑥은 몸 밖으로 꺼낸 아니사키스 유충. 부산의료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