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아랍 문화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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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잘될 거야! / 마나 네예스타니

마나 네예스타니의 '검열'. 돋을새김 제공

이란 출신의 시사만화가 마나 네예스타니가 그린 '검열'이라는 제목의 삽화다. 이발소 의자에 앉으면 누구나 날카로운 면도칼을 든 이발사에게 주눅 들기 마련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공포감까지 스멀스멀 올라온다. 압제자의 먹잇감이 된 소시민이 맞닥뜨린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검열의 날카로운 칼날을 마구 들이댄다면 과연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이란을 비롯한 아랍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억압과 검열, 종교 갈등, 여성 인권 침해, 사회 불평등, 정치 탄압 등을 고발하는 풍자화를 인터넷과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 온 마나 네예스타니는 한 인터뷰에서 '검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괜찮아, 잘될 거야! / 마나 네예스타니
"그것은 이란 같은 나라를 아주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주제입니다. 우리는 검열 속에서 태어납니다. 또 검열 속에서 자라지요. 그들은 우리가 어릴 적부터 우리의 마음속에 '레드 라인'을 심어 놓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란의 예술가 또는 저널리스트로서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우리는 이미 자동적으로 어떤 것들을 피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억제합니다. 또 가끔은 다른 사람들도 억제하고요. 그게 문화입니다, 검열의 문화. 저는 검열은 권력기관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 우리의 마음속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권력기관은 그것을 강화하려 하지요."

'괜찮아, 잘될 거야!'는 '바퀴벌레 한 마리 때문에 망명 길에 오른' 시사만화가로 유명한 마나 네예스타니의 삽화 200컷을 묶은 책이다.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는 자신을 '카프카적'(부조리하고 암울한)이라고 탄압해 온 이란의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아랍 곳곳의 부조리한 모습을 정면으로 풍자하고 있다.

작가의 이력에 늘 따라 다니는 '바퀴벌레 한 마리 때문에 망명 길에 오른'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테헤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잡지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데생 화가로 일하던 그는 2006년 한 아동물에 삽화를 그리게 된다. 바퀴벌레의 말풍선에 단순히 '뭐?'라는 뜻의 아제르바이잔어 'Namana?'를 사용했는데, 아제르바이잔 민족단체가 자신들을 바퀴벌레라고 모욕했다며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그는 임시석방 기간 중 이란을 탈출해 말레이시아 등지를 거쳐 현재 프랑스에 머물게 됐다.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그림 세상은 무얼까. "제 목표는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는 항상 독자들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마치 미스 월드가 하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그게 제 진심입니다." 마나 네예스타니 글·그림/돋을새김/432쪽/1만 4천800원. 임성원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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