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시장 전면 개방, 농민 피해 최소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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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부가 쌀 시장을 내년부터 전면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이후 10년씩 두 차례에 걸쳐 20년간 개방을 미뤄 온 쌀 시장의 개방에 따라 2015년부터 국내 모든 농산물 시장이 세계에 전면 개방된다. 쌀 시장 개방은 유예를 연장할 때 의무수입물량을 더 늘려야 하는 등 대가가 크기 때문에 이뤄진 고육지책이다. 지난 1995년 5만 1천t으로 시작한 의무수입물량은 해마다 2만t 가까이 증가해 올해 40만 9천t(국내 쌀 소비량의 9%)까지 늘어났다. 한 번 정한 의무수입물량은 개방 이후에도 감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WTO 체제 아래 쌀 시장 개방은 어쩔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일본은 이미 1999년 개방했고 대만은 2003년 쌀 시장을 열었다. WTO 회원국 중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필리핀뿐이다. 필리핀은 최근 개방하지 않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2.3배나 늘리는 등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형편이다.

쌀 시장을 개방하면 아무래도 가장 큰 걱정은 국내의 쌀 생산 기반이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국내 쌀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방안이 수입 쌀에 붙일 수 있는 고율 관세다. 농민 단체는 "일본과 대만의 경우처럼 500%의 관세율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협상력을 이유로 관세율을 비공개에 부치고 있어 답답하다. 정부는 300~500%의 관세를 구상 중이라 하고, 미국은 200% 수준의 관세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전방위적인 교섭을 통해 쌀 시장 전면 개방 이전에 농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관세율을 따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향후 고율 관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잃으면 관세율을 낮춰야 하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섣부른 쌀 시장 개방이 되지 않기 위해 가구당 2천700만 원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 농가에 대한 획기적 지원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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