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피고 역한 냄새 나고' 어~ 텐트가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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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세탁방법과 관리요령

텐트는 사용 후 그늘에서 완전히 건조시켜야 장기간 보관해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사진은 다양한 텐트와 관련 상품을 전시 중인 캠핑용품 매장에서 직원이 텐트를 살피고 있다. 밀레 제공

휴가철 펜션이나 민박 구하기가 만만찮다. 성수기이다 보니 가격도 비싸지만 사람이 몰리니 예약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대안은 캠핑!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의 캠핑은 더위와 스트레스를 확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문제는 쾌적한 잠자리 확보다. 얼마 전 경남 산청으로의 휴가 계획을 세운 최성호(44) 씨는 장비를 점검하다가 깜짝 놀랐다. 펼쳐 본 텐트는 군데군데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역한 냄새까지 났다. 새로 텐트를 장만하자니 부담스럽다. 캠핑을 포기할까 생각하던 최 씨는 텐트 세탁을 통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세탁기에 넣거나 비벼빨기 금물
작은 오염은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기름때 묻었을 땐 중성세제로

그늘에서 완전히 펼쳐 말린 후
넓은 종이상자에 넣어 보관

■텐트의 생명은 방수

보통 가족들이 사용하는 리빙용 텐트는 4~5인용. 예전에는 비가림막이 별도로 나와 있었지만 요즘은 일체형이 대세다. 그만큼 방수 능력이 뛰어난 재질의 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름 휴가철엔 비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텐트 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캠핑의 낭만을 배가시키지만 방수가 안 되는 텐트 안에서 모처럼의 야외 나들이를 망칠 수는 없다. 냄비를 받쳐 놓고 밤을 지새우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끔찍하다.

텐트는 자연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집이다. 그래서 진흙과 모래는 물론 송진과 같은 나무진, 고기를 구을 때 발생하는 연기와 난로 그을음 등에 늘 노출돼 있다. 이렇게 일정 기간 사용하다 보면 텐트의 방수 기능은 극도로 떨어진다.

텐트의 방수는 외부와 내부의 코팅으로 완성된다. 외부에서 방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발수코팅. 빗물이나 눈 등 수분이 텐트에서 튕겨 나가게 하는 원리다. 천의 표면에 얇은 피막을 입히면 물방울이 천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내린다. 연잎이 물을 튕겨 내는 것과 같다. 텐트 안쪽 천은 주로 폴리우레탄 방수 코팅을 한다. PU코팅이라고 하는데 텐트 안쪽에서 물이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고 내열성과 내마모성 효과도 있다.

문제는 이런 기능들이 관리 잘못으로 상실되는 데 있다. 텐트의 접합 부분은 보통 '심실링(seam sealing·솔기 봉합)' 테이프로 1차 방수를 한다. 그런데 이 테이프는 습기가 있는 상태로 보관될 때 쉽게 떨어질 수 있다. 텐트가 더럽다고 세탁기에 확 돌려볼까, 하는 생각도 금물이다. 텐트를 세탁기에 집어넣거나 비벼서 빠는 것은 곤란하다. 금방 오염됐다면 물수건으로 가볍게 닦는 게 낫다. 기름때를 비롯해 오염이 심하다면 중성세제를 푼 물에 수건을 적셔 닦아야 한다.



■텐트도 유비무환

거의 1년 만에 텐트를 벽장에서 꺼냈다가 충격을 받은 최 씨는 1년 전 습기가 남은 상태로 텐트를 그냥 보관한 사실을 기억해냈다. 휴가에 따른 피로를 핑계로 대충 햇볕에 말려 그대로 집어넣었던 것이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밀레의 박용학 상무는 "텐트를 보관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펼쳐서 널어 놓는 것이지만 보통의 가정에서는 여의치 않기 때문에 반드시 완벽하게 건조를 해서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젖은 텐트를 그대로 보관하면 원단이 탈색되고 곰팡이가 생기거나, 방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햇볕보다는 그늘에서 완전히 펼친 상태로 충분히 말리는 것도 텐트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요령이란다. 이후 방수 스프레이를 살짝 뿌려 주면 더 좋다.

텐트는 보관이 가장 중요하다. 제품을 살 때 함께 주는 텐트 가방은 이동할 때만 사용하고 집에서는 그물망이나 신문지를 깐 넓은 종이상자에 보관하는 것이 훨씬 낫다.

텐트 세탁 서비스업을 하는 캠퍼 출신의 노준호 '텐트세탁소' 대표도 "고객들의 의뢰가 들어온 텐트는 우선 전용 세제를 사용하여 세탁한 후 24시간 그늘에서 자연 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자외선 때문에 색이 바래고 장력이 떨어져 천의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텐트를 제대로 접는 것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텐트를 처음 구입했을 때 접힌 방식을 잘 봐 두거나 제공되는 매뉴얼을 잘 살펴야 한다. 처음 출고되는 텐트는 재봉선과 방수테이프의 손상이 가장 적도록 패킹돼 있기 때문이다.

텐트를 사용한 후 일시적으로 말릴 때도 텐트 본체는 바닥면이 하늘을 향하게 하고, 플라이는 뒤집는다. 이래야 찬 습기가 제대로 마른다.



■텐트도 고쳐 쓴다

텐트의 뼈대가 되는 폴(pole)이나 사용 빈도가 많은 지퍼 등은 병행수입 제품이나 제조처가 불분명한 상품이 아니라면 100% AS가 가능하다. 텐트 폴은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는데 알루미늄도 부식되고, 또 접합 부분을 제대로 결합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힘을 주면 부러질 수 있다. 따라서 폴은 물기를 잘 닦은 후 가볍게 윤활유를 발라 저장해야 녹이 안 슬고 오래간다. 폴 AS는 제조사를 통하는 게 가장 빠르다.

곰팡이로 인한 오염이나 방수 기능 저하는 경우에 따라 AS가 안 될 수도 있다. 이때 텐트 세탁점이 유용하다. 텐트 세탁업체는 기본적으로 세탁과 방수, 발수 코팅은 물론이고 자외선 차단 코팅 작업도 해 준다. 지퍼나 메시 망 손상에 대한 부분 수선도 가능하다. 이런 과정에서 원하는 스티커나 상징물을 텐트에 부착해 나만의 텐트를 완성할 수도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올 휴가철을 맞아 연말까지 자사 텐트 제품에 한해 50% 할인된 가격으로 유료 세탁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세탁의 경우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비용이 4만~10만 원 정도. 특수 코팅을 해야 한다면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기본 세탁은 최장 1주일 정도로 충분하나 요즘은 휴가철이 임박한 시기라 일감이 몰리니 휴가 일정을 감안해 미리 맡기는 것이 좋다.

보통 텐트는 한 번 사용할 때 5% 정도의 손상이 온다고 한다. 하지만 잘 관리하면 내구 연한 내내 새것 같은 쾌적함을 즐길 수 있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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