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는 없어져도 생활 속 대안문화 '홀씨' 되어 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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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의 한쪽 벽은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그래피티였다. 그 앞에서 열렸던 작은 음악회 모습. '재미난 복수' 제공

또 하나의 대안문화공간이 사라진다. 2011년 10월 문 닫은 반디의 뒤를 아지트가 잇는다. 하지만 아지트는 기능을 공간별로 분산해 새롭게 출발한다. 이를테면 '인디문화의 홀씨'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있는 아지트를 운영하던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는 오는 20일 아지트 철거와 새 대안공간의 시작을 알린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도시철도 장전역 인근 장성시장 안에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들을 둘러보고, 6시부터는 아지트에서 정든 공간과의 추억을 나누는 자리를 열 예정이다.

2003년 부산대 앞 거리축제에서 태동한 '재미난 복수'가 2008년 비어 있던 유치원 건물을 빌려 활동에 들어감으로써 아지트라는 공간이 탄생했다.

대안문화공간 '아지트' 철거
장성시장에 B갤러리 등 7곳
기능 공간별로 분산 새 출발
주민과 만남의 공간도 활용


전시와 공연, 국내외 작가들의 레지던시와 교류, 지역 주민들과의 커뮤니티 활동 등을 활발하게 벌여 부산을 대표하는 인디·대안문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커뮤니티 활동의 결과 '아줌마 밴드'가 만들어지고, 주민들이 만든 목공예 작품 판매도 이뤄졌다.

지난해 3월 건물주와의 계약 만료로 쫓겨날 뻔했으나 1년을 겨우 연장해 위태롭게 명맥을 이어 왔고, 결국 바뀐 건물주가 이달 중 철거를 통보해 옴으로써 공간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재미난 복수'는 좌절하지 않았다. '생활 속의 대안문화'라는 지향점을 포기할 수 없었고, 주민들과의 교류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장 전통적인 교환과 교류의 장, 시장에 주목하고 인근 장성시장에 공간 7곳을 확보했다.

갤러리(B갤러리)와 레지던시 및 게스트 하우스(B하우스), 공연장(B홀) 등 각 공간 이름 앞에 붙인 'B'는 언뜻 부산을 상징하는 영문 첫 글자이자 비주류문화의 'B'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김건우 '재미난 복수' 대표는 B의 의미를 한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정해진 이미지나 정체성보다는 앞으로 자율을 기반으로 한 주체들이 벌여나갈 다양한 활동으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입주 작가들이 만든 '우리 동네 목공소'와 '나유타 카페' 등도 주민들과 만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런 특화된 공간이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재정 자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재미난 복수'는 기대하고 있다.

철거되는 아지트에 대한 기억도 충실히 남긴다. 그동안 아지트를 거쳐 간 예술인과 주민들의 추억을 메시지로 전달받고, 각자 찍어둔 사진이나 영상물도 모아 오는 20일 아지트에서 열리는 마지막 파티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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