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 '스시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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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활어로 쥔 초밥, 그 차진 맛에 감탄

'자연산 활어'를 내건 초밥(스시)집이 있다. 해운대 중동역 4번 출구 앞 '스시마루'는 해운대 미포항에서 잡아들인 농어, 광어, 도다리 따위 자연산으로 초밥을 쥔다. 아침에 들어오는 생선은 그날의 어황에 따라 다르니 가끔 홍우럭 같은 귀한 놈을 만나는 횡재를 한 손님들이 입소문을 퍼뜨린다.

처음 가게를 방문했을 때 인상적인 장면을 만났다. 박수림(49) 사장이 큰 방석만 한 광어를 높이 쳐들고 보란 듯이 싱글벙글이다. 무려 11㎏짜리 대물이다. 열흘에 한 번쯤 들어오는 놈이라면서 "운이 좋으시네요"하고 맞아 준다.

활어천국이라지만 부산의 초밥집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풍경이다. 그런데도 그날그날 다 소화된단다. 왜냐면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사카에'를 거쳐 개인 일식집까지 해운대 쪽에서만 10년 넘게 회칼을 만지고 있으니 그의 손맛을 아는 단골 손님이 꽤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감을 좋아해서 운동을 많이 한 자연산의 졸깃함을 더 좋아합니다." 그가 처남인 미포항 덕진호 선장이 잡아오는 자연산 활어를 고집하는 까닭이다. 손님들도 자연산 어종으로 '네타'(양념된 밥 위에 얹는 재료)를 올리는 걸 알고 '차진 맛'을 찾아서 온다. 초밥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산과 양식까지 구별해 내는 까다로운 입맛이 늘어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의 초밥은 재료뿐만 아니라 모양에서도 개성적이다. 밥알 개수는 100개 미만으로 떨어뜨렸다. 정말 홀쭉하다. 네타는 극도로 두툼하면서 한 뼘이나 될 정도로 길다. 익숙지 않은 비례감이다. 젓가락으로 집기가 어려울 정도라 손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자연산 특유의 씹는 맛이 경쾌하게 다가왔다.

따로 주방장을 두지 않고 사장이 직접 칼을 잡고, 부인이 홀을 맡고 있다. "그렇게 절약되는 인건비로 좋은 재료를 쓰면서도 가격을 낮춘 걸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물론 낮은 가격대에는 100% 자연산으로 맞출 수는 없다. 자연산만의 초밥과 모둠회 메뉴는 따로 뒀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이 가게를 인수해서 '스시마루' 상호를 이어받았다. '스시마루' 상호는 다른 곳에도 있지만 서로 관계가 없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10번길 9. 부산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 4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골목. 조은스시 10개 1만 1천 원, 미소스시 10개 1만 4천 원, 마루스시 12개 2만 원, 코스메뉴 2만 2천 원, 런치세트A 초밥 5개와 우동 7천500원.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051-731-3393.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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