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푸드코트 맛집] 이름 좀 있다는 부산 맛집 多 모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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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돌수육, 거창까막국수, 라멘이찌방, 남포수제비, 상국이네김밥(떡볶이), 이흥용과자점(고무신 빵), 승기호떡, 남포충무김밥, 해운대기와집 대구탕…. 각각의 상호는 다르지만 이름하여 '지역 맛집'이란 공통점으로 백화점에 입점한 음식점이다.

부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센텀시티가 주목한 지역 맛집에는 어떤 게 포함되었을까? 일단 현황 파악부터 하고 목록을 만들어 보았다(표 참조). 2014년 7월 현재, 롯데가 광복점, 부산본점, 동래점, 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에 총 13개 업체 20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신세계는 센터시티에 12곳 등 총 23개 업체 32개 매장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다 구체적인 맛집 내용과 유치를 둘러싼 숨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롯데 4개점 13개 업체 20개 매장
신세계 센텀시티엔 12개 매장
쇼핑객 미각 유혹 '맛의 전쟁터'

유명 빵집부터 태국 요리까지…
맛만 있다면 종류·국적 불문

2대째 명성 '남포수제비1972'
길거리 음식 신화 '승기호떡'
백화점 두 곳 동시 입점 '이름값'

■양쪽 백화점 동시 입점 주인공은


양 백화점이 공통으로 유치한 곳은 '남포수제비1972'와 '승기호떡'. 특히 '남포수제비'의 경우, 롯데 부산 전 점(부산본점 18일 개점 예정)을 비롯해, 신세계, 그리고 이번 조사 대상에선 빠진 현대백화점 부산점까지 석권한 유일한 지역 맛집이었다.

어머니 김숙이(66) 여사에 이어 2대째 경영을 맡고 있는 '남포수제비' 오선우(41) 대표는 "지난해 5월, 롯데 광복점에 처음 입점했는데 이후 직영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의정부까지 총 17곳을 개점하기에 이르렀다"면서 "백화점 입점이 지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고 영업을 확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고 기뻐했다.

'승기호떡'은 길거리음식의 대표 주자로서 양대 백화점에 입성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승기호떡'을 창업한 김노미(74) 여사는 지금도 중구 BIFF 광장에서 호떡을 굽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 베이커리 맛집 거의 망라

양 백화점이 공히 정성들여 유치한 지역 맛집 중에는 베이커리가 있다.

롯데가 지역 맛집 유치 선두주자로서 겐츠(부산본점·센텀시티점), 옵스(광복점), 정항우케익(광복점·부산본점·동래점), B&C(동래점)를 발굴했다면, 후발주자 격인 신세계는 이흥용과자점, 프롬준, 이대명과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1995년 문현동의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출발해 신세계에 입점한 '이흥용과자점'의 경우, 원래 '오징어 먹물빵'으로 유명했는데 백화점 입점 한 달 만에 달콤한 팥과 부드러운 버터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흰·검정)고무신'이란 히트 상품을 탄생시켰다. 길현준 셰프의 '모찌모찌' 빵으로 유명한 해운대 빵집 '프롬준'의 '모찌모찌 크림치즈'와 감자식빵은 여전히 마니아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1954년부터 2대째 전병 과자를 만드는 '이대명과'의 경우, 올해로 개업 60주년을 맞았는데, 부평점(1호점)을 시작으로 남산점(본점) 등 부산에만 신세계까지 10호점을 운영 중이다.



■시장통 명물·분식점도 백화점 입성

'승기호떡' 같은 길거리음식도 인상적이지만 떡볶이와 바삭한 튀김으로 유명한 19년 전통의 '상국이네김밥', 김흥순(63) 여사가 1983년 남포동에서 창업한 '남포충무김밥'의 백화점 입성도 이채로웠다. 부산에서 시작된 분식 프랜차이즈로 전국 분식업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고봉민김밥인'(롯데 광복점·동래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또한 국제시장 명물 '유부보따리'(신세계)와 영도 청학시장 스타 '오돌수육'(롯데 광복점)도 인기 절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세계 센텀시티에 입점한 국제시장 명물 '유부보따리' 코너.

해운대 대표 분식집 '상국이네김밥'은 '상국 씨 누나' 김정미 씨가 직접 매장을 지키고 있다. 다만, 본점 상호를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김밥 없는 김밥집'이 되고 말았다. 사연인즉슨, 즉석 김밥의 위생 문제라든가 공간 확보 문제 때문이며, 대신 떡볶이와 튀김, 순대만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직까진 본점 매출에는 못 미치지만 백화점 직원들 오후 간식으로는 '인기 짱'이라고.

특제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와 당근, 양파, 부추, 새송이버섯 등 각종 채소를 당면과 함께 버무려 유부피 속에 넣고 미나리로 묶은 17년 전통의 국제시장 명물 '유부보따리'를 판매하던 이지예 점장은 "'유부보따리' 본점은 지금도 한참 동안 줄을 서야 살 수 있지만 백화점 매장은 아직까진 그렇지 않다"면서 "본점의 맛을 똑같이 누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영도 청학시장 내 '돼지식품' 본점에서 내는 '오돌수육'은 롯데 광복점밖에 입점하지 않았지만 꽤 여러 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경우. 현대백화점 부산점엔 오는 9월 입점하기로 했다. 성백문(52) 대표가 말했다.

"우리집 수육은 100% 국산 종자돼지로만 만들다 보니 맛도 독특하지만 수량이 절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지금도 전국 택배로 반 이상 판매되고 있고요.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전통시장에서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식육점부터 시작한 걸로 치면 40년간 이 장사를 했는데 백화점에서 들어오라고 했을 때 왜 안 망설였겠습니까! 백화점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전통시장도 백화점처럼 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백화점 수수료 문제를 걱정하는데,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저는 광복동에 비싼 가게 얻은 셈 쳐요. 권리금도 없잖아요."



■외국계 음식이지만 본점이 부산인 경우도

양대 백화점 푸드코트의 맛집 조사를 하면서 뜻밖이다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외국의 음식 맛을 소개하는데 부산이 본점인 몇몇 경우였다. 중구 신창동에 본점을 둔 태국음식점 '아룬타이'(신세계), 일본 라멘으로 부산을 평정하다시피한 '라멘이찌방'(롯데 광복점·부산본점), 화교 음식점으론 처음 부산지역 백화점에 입점한 '신발원'(신세계)을 들 수 있다.

이 중 1951년 창업한 '신발원'이 백화점 매장 개장에 들인 공은 장안에 화제가 될 정도였다. 동구 초량동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본점의 곡서연(57)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듣게 된 한 달 전 신세계 센텀시티 개점 당시 에피소드.

"백화점 매장 개장 때문에 본점 문을 닫은 기간이 아마 16일쯤 될 겁니다. 우리 쪽 사정이긴 했지만 어설프게 하다간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욕 먹고, 저희는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본점 문까지 닫고 전 직원이 매달렸죠."

백화점에서 요청이 왔을 때 바로 수락했느냐고 묻자 곡 씨의 아들 수의덕(35) 씨의 대답이다. "솔직히 엄청 고민을 했습니다. 본점만 운영해도 안정적인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또 다른 생각은 요즘 추세가 백화점에서도 지역 맛집을 초청하는 건데, 저희도 할아버지가 63년 전 지어주신 상호 '신발원(新發園)'의 뜻처럼 '늘 새롭게 발전하는 곳'이 되자 싶어 도전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백화점 매장에선 신발원의 명물 꽈배기와 공갈빵은 맛볼 수 없고, 중국식 만두만 먹을 수 있다. 



■그 밖의 지역 맛집들

작은 제목은 '그 밖의' 지역 맛집이라고 했지만 실은 델리·간식거리를 제외하고 나면 그나마 제대로 된 맛집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는 항목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테이블 온 더 문', 냉면 맛집으로 소문난 '함경면옥'(이상 신세계), 건강한 국수로 유명한 '거창까막국수', 대구탕 국물 맛이 일품인 '해운대기와집 대구탕', 낙지볶음이 맛있는 '조방낙지일번가(이상 롯데 광복점)', 샐러드 파스타&피자 '엣홈'(롯데 센텀시티점) 등이 있다.

'테이블 온 더 문'의 경우, 신세계 센텀시티 외에도 두 개의 직영점(달맞이·송정점)이 더 있는데 전부 해운대 권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희 대표는 "세 매장엔 메뉴 구성 등 약간씩 차이가 있다"면서도 "신세계의 경우, 워낙 전국적인 고객 분포도를 갖고 있는 데다 유동인구가 많은 점이 감안됐으며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입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창까막국수'는 롯데 광복점에 입점한 지 이제 겨우 3개월 지났을 뿐이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요즘 추세와 맞물린 덕분인지 본점 매출을 초월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난 에피소드이지만 벤틀리와 벤츠를 모는 아주머니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코너란다.



■돼지국밥과 밀면집은 왜 없을까?

이번 기획을 취재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 중 다른 하나는 '부산을 대표할 만한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돼지국밥과 밀면인데 왜 백화점 푸드코트에선 발견할 수 없을까?'였다.

신세계 센텀시티 식품팀 김은석 과장은 너무나 쿨하게 대답했다. "그전에 모 국밥집이 있었는데 매출이 너무 안 나와서 도로 나갔어요. 밀면은 유치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쪽에서 거절했고요." 롯데 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매출과 위생, 서비스가 관건이었다.

한편 롯데 광복점은 전국 35개 지점 중에서도 지역 맛집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해당 지점에서 끊임없이 시장 조사를 하고, 자료를 만들어 본사 매입부에 제출한 결과란다. 이는 본사 매입부 출신의 김상권 팀장이 내려오면서부터 생긴 일. 지역 맛집 유치 노력도 결국은 관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경길 롯데백화점 홍보팀장도 한마디했다. "'향토 맛집' 유치로 맛집을 찾은 고객이 자연스럽게 다른 상품을 구입하게 하는 일명 '분수 효과'나 '샤워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으니 지역 맛집 발굴은 새로운 상생 모델이 아닐까요?"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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