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민란의 시대' "망할 세상, 백성을 구하라" 백정과 검객의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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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민란의 시대. 쇼박스 제공

극장가의 여름은 블록버스터의 계절이다. '흥행 귀재'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그 서막을 여는 한국영화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과 135억 원의 막대한 제작비, 액션 활극이라는 매력적인 장르까지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조선 철종 13년 탐관오리 판치는 세상
홍길동 후예 자처한 의적 이야기
서부극 연상·중국 무협영화 방불
하정우 '쌍칼'·강동원 '장검' 대결

■만연한 부정부패,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떼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의 학정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25대 임금인 철종 13년, 그러니까 서기 1862년이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리와 양반의 착취가 극에 달하던 시기, 힘없고 백 없는 백성들의 편에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군도(群盜), 즉 의적떼인 지리산 추설의 이야기다. 홍길동의 후예를 자처했던 추설의 핵심은 백정 출신인 도치(하정우). 도치를 비롯한 이들은 기근과 재해에 관의 횡포까지 겹쳐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지자 정의의 사자를 자처하고 나선다.

다른 한편,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강동원)은 관리들과 공모하는 극악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수탈하며 삼남지방의 부자로 성장한다.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위해 도치를 필두로 한 군도는 만인의 적인 조윤과 한판 승부를 시작하는데….



■때론 서부영화, 때론 무협영화 같은 액션

'군도'는 철종 재위시절 일어났던 민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광해' '역린'과 같은 기존 사극과는 궤를 달리한다. 역사적 사실의 구현보다는 액션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고 마치 서부영화를 보는 듯한 액션이 넘쳐난다. 첫 장면부터 군도 무리가 석양이 지는 황야에서 말을 타고 뿌연 흙바람을 일으킨다. 137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민초들이 탐관오리들을 응징해 나가는 과정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액션 신마다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이 깔리는 것도 이색적이다. 전자 기타 사운드가 등장, 마치 웨스턴 무비를 보는 듯한 새로움을 주는 것 또한 사극으로는 이례적이다.

윤 감독은 "서부극의 느낌을 유도해서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해 보자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어디 그 뿐인가. 극 후반 대나무 숲 액션에선 중국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대나무 숲에서 무식해 보이기까지 하는 하정우의 쌍칼과 강동원의 장검의 맞대결은 장이모우 감독의 '연인'을 떠올릴 정도로 닮았다. 그래서 '군도'는 비빕밥 혹은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진다.



■민초의 분노 녹여 스토리의 묵직함 더해

화려한 볼거리와 넘치는 액션들로 인해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영화의 스토리는 '민초의 분노'로 되살린다. 나주 대부호의 서자인 조윤이 저지르는 악행은 후반부로 갈수록 심해진다.

어리숙하고 자기 주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쇠백정 돌무치가 조윤 때문에 가족을 잃고 의적 도치로 변신하는 것이나 서자로서 설움을 안고 사는 조윤이 점점 더 악해지는 것 등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로 다가온다. 피와 시체가 난무하는 잔인함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 때문에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머 장치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하정우와 조진웅, 마동석이 툭툭 내뱉는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는 묵직함을 깨는 웃음폭탄이다. 또 사극으로는 특별하게 여성 내레이션을 도입해 영화의 중간중간을 정리해 주면서 넘어간다.



■영웅 대신 민초 내세워 복수극으로 갈무리

영화는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복수를 다짐하고,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한다는 단선적 복수극이다.

윤 감독은 "영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도치에서 영웅의 모습을 없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때문에 도치의 활약상은 시종 눈길을 끈다. 일단 지능이 조금 떨어지고 18세 나이로 설정해 영웅의 화려한 캐릭터를 지웠다.

그가 쓰는 무기도 도살장에서 쓸 법한 네모난 식칼이고 극 후반엔 총열이 여러 개인 구식 기관총까지 마구 쏘아 댄다. 도치 역의 하정우가 '무식'하다면, 조윤 역의 강동원에겐 '지략'이 돋보인다. 창백할 정도로의 흰 피부에 차가운 미소까지 머금은 강동원과 풀어 헤친 옷가지와 머리에 살벌한 화상 자국을 달고 달려드는 하정우는 얼음과 불처럼 극과 극의 캐릭터다.

여기에 책사 조진웅(태기), 괴력의 마동석(천보), 여걸 윤지혜(마향), 리더 이성민(대호)까지 조연마다 만화 같은 성격을 부여해 재미를 더한다. 시대적 배경을 달리했지만 윤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속편을 보는 것처럼 화끈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23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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