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 송정마을 성대 루어 낚시] '꾸욱~꾹' 울음 우는, 힘 좋고 아름다운 성대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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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기어 심재헌 대표가 울산 울주군 서생면 송정마을 방파제에서 2인치 포크라인드 웜(pork rind worm)을 사용한 프리리그(free rig) 채비로 대표적 여름 어종인 성대를 걸어낸 뒤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꾸욱~꾹' 우는 물고기 성대는 대표적 여름 어종이다. 양태, 광어와 더불어 '플랫피시'라고 해서 연안에서 즐길 수 있는 루어낚시 대상어로 사랑받고 있다. 여름철이 되면 해변에서 가까운 모래나 갯벌이 발달한 연안으로 바싹 다가오기 때문에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쉽게 잡을 수 있는 물고기다.

해운대 달맞이언덕에서 피싱기어(www.fishinggear.kr/)라는 인터넷 전문 낚시몰을 운영하면서 전문 앵글러로 활동하고 있는 심재헌(010-3835-4053) 대표와 함께 울산 울주군 송정마을 방파제에서 성대 루어낚시를 즐겼다.

■여름철 루어 대상어

가끔 성대를 보긴 봤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전갱이 낚시를 하면서도 그랬고, 태종대 앞바다에서 도다리를 낚을 때도 '손님 고기'로 성대가 더러 올라왔다. 공통적인 것은 다른 고기와 달리 성대가 매우 힘이 세다는 것이다.

낚싯대의 휨새가 여느 때와 달라 바짝 긴장을 하고 줄을 감아들이는 데, 꽤나 힘을 쓰다가 올라온 놈이 한둘이 아니었다. 화려하고 붉은 채색도 그렇고 앞지느러미의 에메랄드 빛 무늬는 어떤 물고기보다 아름다웠다.

문헌에 따르면 성대는 새우를 즐겨 먹는다. 그러나 청갯지렁이 미끼에도 잘 반응하고, 루어에도 곧잘 달려 나온다.

성대는 가슴 아래쪽 지느러미가 개구리 발끝처럼 여러가닥으로 갈라져 있는데 촉수 같기도 하고 손가락 같기도 하다. 이 지느러미로 바다 밑을 슬슬 걸어다니며 새우나 갯지렁이, 쏙,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는 것이다.

다 자라면 40㎝가량 된다. 무리를 지어 살며 탐식성도 좋아 성대가 나오는 자리라면 으레 열 마리를 쉽게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잡고 나면 입질이 뚝 끊겨 자리를 옮겨야 한다.

갓 잡은 성대는 회나 매운탕용으로 알맞다. 혹시나 해서 아이스박스를 챙기고 얼음도 한 덩이를 넣었다. 해운대에서 심 대표와 '후크'라는 닉네임으로 낚시를 즐기는 낚시잡지 자유기고가 박경식 기자를 만나 울산 울주군 송정마을로 출발했다. 일주일 전 출조에서 많은 성대가 나와 확률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풍 여파인지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강한 파도에 '휘청'

송정마을은 마을 어촌계에서 포구 안에 해상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다. 포구 내에 가두리를 만들어 물고기를 방류한 뒤 낚시 손님을 받는 것이다. 카약을 비롯한 해양레포츠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촌계 허가를 받지 않고는 포구 내에서 낚시를 할 수 없다.

방파제에 도착하니 햇빛이 쨍쨍했다. 원투 낚시를 즐기는 서너 사람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뭐 좀 나옵니까?" 인근 온산에서 왔다는 아저씨들은 보리멸 몇 마리를 잡아서 즉석에서 회를 장만해 먹었다고 했다.

루어꾼들은 방파제 테트라포드 끄트머리에 서서 루어낚시를 시작했다. 거센 바람에 쓰레기가 밀려와 방파제 인근 바다를 점령하고 있었다. 서너 차례의 캐스팅을 하는 동안 조짐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바람이 거셌고, 무엇보다 파도가 높았다.

기껏 던진 루어는 쓰레기만 걸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밑걸림이 없다는 것이다. 성대는 사질 바닥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여기가 그런 모양이다. 다행히 바닥이 모래여서 채비 손실은 거의 없었다. "햇볕이 강해야 성대가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지금은 태풍 때문에 물색이 좀 흐린 게 아쉽네요."

루어낚시의 최대 난적은 역시 바람이다. 줄의 긴장감으로 입질을 감지할 수 있는데, 줄이 바람에 치맛자락처럼 펄럭이니 이건 채비를 건사하기도 힘들다.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데, 입질이 왔다. '투두둑~.' 줄을 당기는 강한 입질에 온몸이 긴장됐다.

■왔구나 '달갱이'야

열심히 줄을 감고 있는데 조금 허전해졌다. 옆에서 원투 낚시를 즐기는 동네 아저씨 한 분도 열심히 채비를 감아들였다. 각자 한참 떨어진 곳으로 채비를 던졌음에도 서로의 줄이 엉킨 것이다. 입질인 줄 알았는데…. 아쉬움이 컸다.

슬쩍 포구 내로 자리를 옮겼다. 포구 안쪽은 입구와 달리 너무 잔잔했다. 갯지렁이를 미끼로 구멍찌 낚시를 하는 젊은 꾼 한 명이 있었지만 조과는 신통찮아 보였다. 맛있는 성대 매운탕을 기대하고 아이스박스에 얼음까지 채웠는데 조짐이 좋지 않았다.

그때 '후크' 박 기자가 소리쳤다. "고기가 나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테트라포드를 단숨에 넘어 외항 쪽으로 달려갔다. 분홍빛 몸피가 멋진 성대를 걸어낸 주인공은 박 기자가 아니라 심 대표였다.

"바람과 조류가 너무 세 봉돌을 하나 더 달았어요. 그게 주효했던 모양입니다." 조류와 바람에 채비가 하염없이 밀려 내항으로 옮겼는데, 심 대표는 오히려 채비 무게를 무겁게 해서 결국 대상어를 걸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봉돌과 비드, 훅을 차례로 배치한 프리리그 채비다.
"바람만 조금 잦아들었다면 참 잘 물어주는 곳인데 아쉽네요." 심 대표가 신통찮은 조황에 대해 괜히 미안해했다.

옆에서 원투낚시를 하던 동네 아저씨가 잽싸게 고기를 얻어갔다. "아까 제가 큰 놈을 걸었는데 줄이 걸리는 바람에 놓쳤잖아요." 귀한 성대를 얻어가면서도 당당했다.

"지금부터 성대와 양태가 꾸준히 나올겁니다. 다만, 태양과의 싸움이 문제죠." 햇볕이 살짝 기가 꺾이는 늦은 오후 철수를 결정했다. 너울 파도가 계속 일렁거렸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여름 고기 시즌이 도래한 것 같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우는 물고기

영국의 한 마을에 괴담이 돌았다. 밤마다 인근 강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것도 밤 10시만 되면 말이다. 그런데 이 기괴한 소리는 비나 강한 바람이 없는 날에도 지속되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수차례 신고를 했고, 급기야 과학자들이 조사에 나섰다. 괴기스럽고 음산한 소리의 원인은 다름아닌 '미드십맨피시'가 내는 소리였다.

낚시를 하면서 당혹스러운 일을 겪을 때가 있다. 한번은 감성돔 낚시를 하다가 복어를 올렸다. 복어가 사는 곳은 감성돔도 산다고 해서 복어가 올라온다면 돔 낚시꾼들의 기대치도 한껏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복어가 물밖에 나오자마자 배를 볼록하게 하고 가시비늘을 세워 무척 당황한 적이 있다. 이빨을 뽀드득 뽀드득 갈면서 소리를 내는 바람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성대도 부레를 스스로 압착시켜 소리를 낸다. 이 소리의 원인은 뭘까.

국립수산과학원 이두석 박사는 "성대를 비롯해서 수조기나 참조기, 보구치 등 우는 물고기들은 산란기에 번식 행동으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위협적인 행동의 일환으로 소리를 낸다는 보고가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귀처럼 생겼다는 영국의 미드십맨피시의 경우 교미를 할 때 소리를 내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확인했다. 구애 행동인 셈이다. 또한 수컷 물고기가 다른 수컷과 경쟁할 때도 소리를 낸다고 한다.

말 못하는 물고기이지만 '샤우팅'을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 험하고 거친 세싱을 향해 '소리를 질러!'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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