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여름철 피부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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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약품 파는 일을 하는 Y(35) 씨는 여름이 싫다. 후텁지근한 한낮의 무더위?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 그런 것도 있지만, Y 씨가 여름이 싫은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긋지긋한 피부질환 때문이다.

여름만 되면 온몸에서 일어나는 얼룩덜룩한 반점들! 영업하는 데 있어 고객들 상대하기가 좀 불편한 게 아니다. 전에 없이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여름이 무섭기까지 하다. 괴로운 여름철 피부질환,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킴스피부과 김형주 원장에게 도움말을 청했다.

■땀 많은 남성 괴롭히는 어루러기

땀 많은 20~40대 남성에 흔해
속옷 햇볕에 잘 말리거나 삶아야


Y 씨를 괴롭히는 질환은 어루러기다. 피부에 얼룩덜룩한 반점이 생기는 것이다. 주로 목이나 겨드랑이, 가슴과 등처럼 피부가 접히는 곳이나 땀이 잘 흐르는 곳에 생긴다.

반점들은 크고 작은데, 황토색, 황갈색, 붉은 빛을 띠는 경우가 많다. 얼굴이나 목처럼 햇볕에 노출되는 부위에는 반점의 색깔이 옅고, 그렇지 않은 곳의 반점들은 짙은 경향을 띤다.

하얀 버짐 같은 반점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고, 또 반점들이 서로 뭉쳐 더 큰 반점이 되기도 해서, 전체적으로 얼룩덜룩한 피부 색을 연출한다.

그래서 외관상 보기가 좋지 않은 것이다. 간혹 가려움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하게 자각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은 말라세지아라는 효모균에 의한 피부 감염이다. 이 균은 지방 성분을 좋아한다. 그래서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여름철, 비교적 젊은 남성들이 이 질환에 잘 걸린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전체 환자 7만 3천여 명 중 60.6%가 20~40대였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2.1배 많았다. 계절별로는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고온다습한 6~8월에 집중됐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특별한 생물학적 원인은 없으나,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신체 활동량이 많아 땀 분비가 활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40대 연령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요컨대 땀을 많이 흘리는 젊은 사람, 특히 남성들이 여름철에 바로 바로 땀을 제거하지 못하면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건조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특히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해서 몸을 보송보송한 상태로 유지하고, 옷을 자주 갈아 입되, 속옷은 햇볕에 잘 말리거나 삶아서 건조시켜야 한다.

어루러기는 재발이 잦다. 원인이 되는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피부에 항상 있는 균이어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피부관리를 잘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는 연고나 크림 등 국소 항진균제를 최소 2주 이상 발라야 하고, 그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한 달에 1~2회 발라주는 게 좋다.


■은밀한 부위라 긁기도 민망한 완선

직장인·학생 사타구니에 잦아
통풍 신경 쓰고 샤워 후 건조를

여름철 피부질환 중 곤혹스러운 것이 완선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비교적 은밀한 부위인 사타구니에 생기기 때문이다.

무좀 비슷하게 가렵고 벌겋게 붓는 증상이 사타구니에 생기니 제대로 긁기도 어렵고 또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무좀 비슷하다고 했는데, 기실 원인이 발무좀과 같다. 은밀한 부위에 생기다 보니 성병 또는 지저분한 습진으로 오인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와는 전혀 다른 곰팡이균, 정확히는 발무좀을 일으키는 피부사상균이 원인이다.

피부사상균은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사타구니가 딱 그런 곳이다.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사타구니는 특히 위험하다. 사타구니에 바람 통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이다. 한 번 생기면 잘 낫지도 않는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타구니에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자주 씻고, 씻고 난 후에는 물기를 바짝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염이 잘 되는 질환이므로 찜질방에서 대여해주는 옷을 입을 경우에는 반드시 속옷을 갖춰 입는 것이 좋다.

완선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2차 세균감염과 함께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번지기도 한다.

약을 처방받으면 한 달 이상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써야 한다. 곰팡이는 조금이라도 약을 쓰면 포자 형태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증세가 호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금세 재발하기 때문이다.

습진이려니 하고 아무 연고나 사서 바르면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식초를 바르는 민간요법은 사타구니 피부가 민감하기 때문에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잘못 건드리면 확 번지는 농가진

모기·벌레 물린 데 긁어서 발병
손 깨끗이 하고 긁지 않도록 주의


모기나 벌레에 물린 데를 손가락을 긁어 고생하게 되는 것이 농가진이다. 피부가 약한 아이들에게 잘 걸리는데, 긁어 생긴 상처에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이 침투해 생긴다. 보통 처음에는 반점이나 물집으로 시작해서 몹시 가려워 조금만 긁어도 터지면서 진물이 나다가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전염성이 무척 강하다. 손으로 만지는 곳은 어디든지 감염되기 때문에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환부를 건드렸다가 쉽게 진물이나 화농을 묻혀 형제들과 친구들에게 옮기게 된다. 아이의 손과 손톱을 깨끗이 하고 피부를 긁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농가진에 걸린 아이들 가운데는 급성 신장염 등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일단 유사 증상이 보이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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