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바다] 털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화병에도 좋은 여름 별미

털게는 온몸에 밤색 털이 숭숭 돋아 있지만 따가울 정도는 아니다. 털 때문에 억세 보이지만 우리가 보통 먹는 꽃게보다 껍질이 훨씬 부드럽다.

털게는 동해와 남해에 잡히는데 서로 맛과 색이 약간 다르다. 차가운 물에 서식하는 동해 털게는 붉은 빛깔을 띠지만 남해 털게는 색이 더욱 짙어 갈색을 띤다. 맛도 차이가 난다. 동해 털게는 좀 더 달달하고 수박향이 난다. 같은 털겟과에 속하는 남해 털게는 '왕밤송이게'로 불리는데 맛이 더욱 진하고 깊다.

털게는 차가운 물에 사는 한해성 종이다. 수심 15∼300m의 모래, 진흙 또는 자갈이 섞인 진흙에 서식한다. 껍질은 그다지 딱딱하지 않고 갑각과 다리 전체가 둥글고 잔 알갱이와 짧은 털로 덮여 있다.

자망이나 통발로 잡히지만, 잡기 쉽지 않아 몸값이 비싸다. 또 달이 없는 그믐에 잡아야 살이 통통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 털게는 "몸의 열기를 풀어주는 음식으로 화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쓰여 있다. 털게는 글루타민산을 비롯해 글리신, 알기닌, 구아닌산 등 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해 털게 특유의 맛과 향을 살아 있으며,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활력을 돋우는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아울러 껍데기에는 최근 항암, 면역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키토산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털게는 털게찜, 털게탕, 게딱지비빔밥으로 요리해 먹는다. 된장을 풀고 싱싱한 털게를 넣은 뒤 청양고추, 양파를 듬뿍 넣고 끓인 털게탕은 한여름 무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별미다. 털게탕의 털게를 한입 베어 물면 시원한 수박향이 감도는데, 봄철 먹는 꽃게탕과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털게탕을 먹으면서 상추, 아삭이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무더위를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털게찜은 김이 오른 찜통에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털게의 배를 위로 향하도록 하고, 생강 한 쪽을 얹어 20분간 찌면 완성된다.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며, 살은 부드럽다. 털게찜을 먹고 난 뒤 마무리로 게딱지에 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게딱지비빔밥은 따뜻한 밥에 게딱지 내용물, 즉 게장과 게살을 넣고 참기름, 깨소금, 김가루, 다진 김치와 야채를 넣어 비벼 게딱지에 담아 만든다. 남은 게딱지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라면 끓일 때 넣어 먹으면 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영혜 연구관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