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첫 보금자리… 함박웃음이 절로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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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신평동 부산환경공단 강변사업소 내에 공장과 사무실을 마련한 부산 첫 환경분야 사회적기업 '에코라이프 살림'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월 매출 50만 원.' 지난 2007년 5월 문을 연 부산의 첫 환경분야 사회적기업인 '에코라이프 살림'(이하 살림)의 초기 성적표다. 연 매출 수백만 원대에 불과했던 살림은 당시 정부 지원 인건비가 끊기면 곧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살림은 7년이 지난 현재에도 계속 '직진 중'이다. 지난 7일에는 처음으로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지난 9일 찾았던 부산환경공단 강변사업소 제2 차량사업소 내 자리한 살림의 공장. 각종 소형 폐가전을 담은 포대자루 더미가 놓인 마당을 지나 들어선 공장 안에서는 직원들이 한창 작업 중이었다.

부산 첫 환경 사회적기업
'에코라이프 살림' 자립 꿈
정부 지원 끊겨 폐업위기
시·기업 도움에 공장 마련
더부살이 끝내고 '구슬땀'


환경시민단체인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주축이 된 살림은 2007년 소형 폐가전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를 목표로 출범했다. 부산환경련 소속 회원과 고령 노동자 16명이 힘을 합쳐 부산 전역의 소형 폐가전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익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정부 지원 인건비마저 끊겼다. 당시 대표를 맡았던 박숙경 살림 이사 겸 에코언니야 대표는 "너무 힘들었지만, 환경을 오염시킬 소형 폐가전을 뻔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묵묵한 활동에 지역 후원가들이 움직였다. 안하원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이 대표를 맡게 된 것. 이어 소형 폐가전 별도 분리배출 체계까지 이끌어냈다.

지난해 관련 조례가 마련되면서 2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소형 폐가전 전용 수거함이 배치됐다. 살림 원년 멤버인 박금영(68) 씨는 "처음에는 노후 일자리로만 여겼는데, 일하면서 환경에 대해서 눈을 뜨며 자부심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일거리가 늘어나고 또다른 자원 재활용 사회적기업 '에코언니야'도 설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번듯한 작업장도 없어 이곳저곳을 떠도는 더부살이를 7년 가까이 계속했다.

결코 마련될 것같지 않았던 첫 보금자리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행복나눔재단으로부터 2천800만 원을 지원받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지금껏 벌어들인 수익과 기부금, 후원금을 보태 5천만 원을 마련한 살림은 부산시의 도움을 얻어 환경공단 내 시부지에 160여㎡ 규모의 공장을 세우게 됐다. 2009년부터 동참한 김숙의(55) 씨는 "창문도 많고, 바람도 잘 들어오는 공장에서 일을 한 뒤에는 고된 줄도 모르겠다"고 웃음지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박형준 팀장은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합치면 오히려 7천만 원 상당의 적자를 봤다"며 "대기업 협약과 관공서 등 불용품 처리, 휴대폰 재활용 등 다양한 수익 사업 창출이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박숙경 살림 이사는 "지금은 부산 12개 구청과 계약을 맺을 정도로 성장한 만큼, 수익은 미미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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