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부산서 만나는 색깔 있는 프랑스 요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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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조리 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트레봉'의 함충민 오너 셰프가 만든 '카술레'와 '타흐티플레트'. 김병집 기자

푸아그라(거위간),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 프랑스 요리라고 '고전적인 고급요리'만 있는 건 아니다. '가정요리'도 있고, '지방요리'도 있다. 최근 몇 년 새 '프랑스 요리의 캐주얼화'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함께 프랑스요리에 대한 시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남천동에서 3년째 성업 중인 프랑스 비스트로 '트레봉'과 개점 한 달도 안 되었지만 내외국인들 사이에서 빠른 입소문을 타고 있는 프랑스 가정식요리 전문 '르 쟈흐당'을 찾아가 보았다.


■ 비스트로 '트레봉'

佛 요리학교 출신 오너 셰프
국내 재료로 '농축된 맛' 살려


프랑스 비스트로 '트레봉(tres bon·정말 좋다)'은 한불상공회의소가 매년 펴내는 '한국의 프랑스 레스토랑' 2014년도 판에도 오른 식당이다.

부산에선 총 3곳의 프랑스 음식점이 올랐는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자리잡은 프렌치 레스토랑 '메르씨엘'(051-747-9846)과 유러피안 가정식을 주로 하는 금정구 장전동 '달미꼬꼬'(070-4116-7545) 등이다.

'트레봉'의 주인은 프랑스 리옹의 요리학교 '폴 보퀴즈'에서 수학한 함충민(48) 오너셰프. 함 셰프는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미슐랭 스타인 '알랭 뒤카스'와 '라 코트 도르' 등을 거쳐 보르도에서 와인양조 과정도 배웠다. 한때 다른 일에도 종사했지만 결국 요리의 세계로 돌아와 있다. '트레봉'은 지난 2011년 7월 개점했으니 만 3년째. 내외국인 손님도 거의 반반이라고 한다.

"프랑스 요리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만 즐긴다는 편견이 있는데요, 프랑스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 중에는 정통 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는 대중적인 브라스리(Brasserie)나 비스트로(Bistro)도 있고요, 카페나 '살롱 드 테'도 있지요."

당일 만든 '팡 오 르방'에 '타흐티플레트'를 한 입 크기로 뜨고, 얇게 자른 사과를 먹기 좋게 얹은 모습. 김병집 기자
'트레봉'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메뉴 '카술레(랑그도크 지방의 스튜)'와 '타흐티플레트'를 먹었다. 그날 아침에 구웠다는 '팡 오 르방(pain au levain·천연발효 빵)'이 함께 나왔다. '트레봉'에선 빵을 만들 때도 천연발효 액종 대신 천연효모인 르방을 3년째 사용 중이다. 매콤한 '카술레'와 고소한 '타흐티플레트'를 과일과 함께 먹도록 했다.

"프랑스 비스트로이긴 하지만 프랑스 현지 식재료보다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주로 쓰다 보니 한국인 입맛에도 상당히 근접해 있을 겁니다. 건강한 재료를 쓰면서도 요리는 맛있어야지요."

함 셰프가 만들어 준 프랑스식 '마늘 파스타'를 먹었다. 이탈리아 파스타 '알리오올리오' 와 직접 비교해 보라는 의미였다. 올리브유와 마늘 외에도 화이트 와인, 이탈리아 고추, 허브가 섞여서 마늘 맛도 나고, 와인 맛도 느껴졌으며, 매콤한 맛과 불 맛도 전해져 오는 게 이탈리아 파스타와는 달랐다. 어느 것 하나 튀지는 않으면서 다양한 맛을 품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프랑스 스타일은 여러 단계의 조리 과정을 거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하다는 말도 나왔고요. 하지만 프랑스요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농축된 맛'일 겁니다. 그 맛을 부산 시민들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부산 수영구 광남로48번길 33(남천동). 광남초등 후문 앞. 카술레 2만 5천 원, 타흐티플레트 2만 3천 원, 샤토 브리앙 스테이크 6만 5천 원, 코르동 블루(프랑스식 치즈돈가스) 1만 5천 원, 코코뱅(와인에 졸인 닭) 2만 3천 원, 오렌지 소스를 올린 새끼오리 콩피 3만 3천 원. 오전 11시~오후 10시 영업. 월요일 쉼. 코스 요리는 사전 예약자에 한함. 051-625-1334.


■ 가정식 요리 '르 쟈흐당'

韓佛 커플, 친구 초대한 느낌
토마토에 고기 채운 '팍시' 매력


브르타뉴 출신의 기욤 스트휩(35)·심선현(33·전 호텔리어) 씨 부부가 지난달 26일 부경대 인근에서 개점한 프랑스 가정식 요리점 '르 쟈흐당(Le jardin·'정원'이란 의미)'에 가 보고 놀란 게 몇 가지 있다.

마치 친구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친근한 프랑스 가정식요리를 소개하고 싶었다는 '르 쟈흐당' 기욤 스트휩(가운데) 셰프가 식당을 찾은 고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im@
기욤 씨는 식당을 열기 전까지 대구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또한 그의 아내 선현 씨는 대구의 모 호텔에 근무하면서 객실을 담당했다. 지난 2010년 국내로 들어오기 전까지도 프랑스에서 같은 일을 했다.

두 사람이 결혼한 건 2005년. 결혼 후 선현 씨는 시댁이 있는 브르타뉴에서 1년 정도 생활한 것 외에는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다. 그런데, 뜬금없이 식당 개업이라니 놀랄 수밖에.

"전혀 예정에 없던 건 아니에요. 물론 그 시기가 많이 앞당겨졌죠. 프랑스에서 살 때도 우리 두 사람은 '은퇴하면 뭘 할까'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나눴어요. 남편 외할머니께서 식당을 하셨고요, 친할머니도 음식 솜씨가 아주 좋으신데 남편이 그걸 물려받았나 봐요."

그래서 일까, 기욤 씨는 모든 요리의 베이스까지도 가급적 프랑스에서 하던 대로 직접 장만한다. 바게트와 페이스트리는 물론이고, 소시지까지도 그날그날 직접 굽고 만든다. 물론, 프랑스 정통 음식점처럼 고급 요리를 선보이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먹는 것처럼'이란 콘셉트 그대로 프랑스 가정식 요리 취지에는 어느 정도 부합한다.

"우리 가게를 다녀가신 분이 '프랑스 친구 집에 초대 받아 온 느낌'이라는 말을 들려줄 땐 가장 기뻤습니다. 프랑스요리라고 하면 고가의 코스요리를 주로 생각하는데 실제 가정에서 먹는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으니까요."

남불 프로방스 지방 요리인 '토마토 팍시'와 '타르트 프로방상', 북동부 알자스 지방에서 즐겨 먹는 '플라멘퀴슈'를 맛보았다, 조만간 토마토의 계절이 끝나면 당분간 먹기 힘들겠지만 '토마토 팍시'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토마토의 속을 비우고 그 안에 허브로 양념한 돼지고기를 채워서 오븐에서 굽고, 파낸 토마토는 쌀과 섞어서 밥을 지은 뒤 살짝 구웠는데 프랑스인들은 다양한 '팍시(farcie·속을 채운)'요리를 만든다고 했다.

고기의 느끼함은 허브와 토마토가 잡아준 듯 담백했고, 함께 나온 토마토밥은 살짝 구워서 고소했다.

"스테이크에 대한 요청도 많지만 현재는 고려 중입니다. 메뉴는 조금씩 바꿔 갈 생각이고요. '르 쟈흐당'이 단순한 음식점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는 14일 프랑스혁명기념일엔 원래는 휴무일인데 파티를 열려고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파리 현지 개선문 앞 행진 중계도 함께 시청하면서요."

※부산 남구 용소로34번길 6-2(대연동). 부경대 정문 건너편 달달 아이스크림 안 골목. 토마토팍시 1만 2천 원, 타르트 프로방상 7천 원, 수제 소시지 8천 원.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30분 영업. 월요일 쉼. 051-611-0937.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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