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의원, 휘발유 페트병 들고 단상 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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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4 지방선거 결과 개원된 제7대 부산지역 기초의회가 초장부터 감투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 의원 간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급기야 현역 의원이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의회 단상을 점거,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해운대구의회 박욱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의회 단상을 점거한 것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집행부 자리 배정 갈등
새정연 박욱영 의원
의원들 위협 출입 막기도
경찰, 예비 방화 등 수사


경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8일 오전 10시 30분께 해운대구의회에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등원한 뒤 다른 의원들을 위협해 의회 출입을 막거나 이들을 내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해운대구의회는 이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박 의원의 이 같은 행동으로 일정이 무산됐다.

경찰은 박 의원이 의사진행 방해는 물론 예비 방화 목적으로 휘발유를 들고 온 것인지를 확인해 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이 '휘발유 시위'를 벌인 이유는 여야 간 의장단 조율 과정에서 생긴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의회의 의원 구성은 새누리당 소속 11명,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6명이다.

의장 선출을 앞두고 먼저 새누리당 의원 간에 분열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의장을 노리던 새누리당 A 의원이 야당 측과 의장단 자리 배분 등 의견 협의를 벌인 것.

하지만 A 의원은 지난 7일 다시 동료 여당 의원들과 내부 논의를 통해 단일 의장 후보 추대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A 의원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야당 의원들을 기만했다고 생각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불을 낼 의사는 전혀 없었으며, 강력한 항의를 위한 퍼포먼스였다"고 덧붙였다. 이 일로 해운대구의회 의장단 선거는 10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박 의원의 극단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회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진구의회도 8일 오전 10시에 열린 의장단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측 의원들의 충돌로 파행 속에 진행됐다.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을 요구한 야당 측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하자, 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한 것. 결국 의장단은 새누리당 단독으로 결정됐다.

중구의회도 여야 갈등으로 8일 예정된 원 구성에 실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새누리당 측에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양보하는 대신 부의장직을 요구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나선 기초의원들이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며 "인화물질까지 동원한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고 구의회의 기강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백상·전대식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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