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슬럼프라고 자신 놓아 버리면 끝"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가 8일 부산의 청소년팬을 후쿠오카로 초청하는 '꿈의 활주로 프로젝트 - 드림투어'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후쿠오카=권상국 기자

"일본에서 야구하면서 힘든 점이요? 일단 야구장이 너무 크네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가 8일 후쿠오카 야후돔으로 부산의 청소년 팬을 초대했다.

에어부산 '꿈의 활주로 프로젝트'
후쿠오카 돔에 부산 청소년 팬 초청
"구장 커지니 홈런 힘들어요" 엄살


에어부산과 이대호는 3년째 해당 시즌의 홈런 수만큼 청소년팬을 후쿠오카로 초청하는 '꿈의 활주로 프로젝트 - 드림투어'를 진행 중이다.

홈 경기에 앞서 이들을 맞은 '조선의 4번 타자'는 '구장이 너무 커져 홈런이 힘들다'며 엄살부터 떨었다. 올해로 일본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은 이대호는 현재 12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홈런을 12개 쳤는데 맞는 순간 '이건 홈런이구나!' 싶은 건 딱 3개 정도뿐이었어요. 워낙 야구장이 크니까 한국 같았으면 넘어가겠다 싶은 공도 외야플라이가 되는 경우가 잦아서 공을 치고 세리머니 할 여유도 없습니다. 장타를 쳐도 일단 달리고 봐야 하니까."

입구로 들어서자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의 야후돔 규모인지라 괜한 엄살은 아닌 듯싶다. 야후돔의 중앙 펜스까지의 거리는 사직구장과 동일한 125m. 하지만 외야 펜스가 6m 가까이 되는 데다 넓은 외야 때문에 체감상 135m도 넘어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자리 잡은 후쿠오카는 공항에서 야구장까지 거리가 15분 남짓이어서 원정을 다니면서도 체력 관리가 편하단다. 그 덕에 경기를 마치고 한국 드라마에 빠져 산다고.

여름을 맞아 체력 저하를 대비해 사용하던 배트 무게도 줄였다. "시즌 초에는 930~940g 정도를 사용해요. 하지만 여름 접어들면 좀 무게를 줄이죠. 요즘은 920g짜리 배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줄인 무게라고는 해도 거구에 맞게 이대호의 배트는 팀 내에서도 가장 무겁다.

부산의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하드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이대호는 매년 에어부산을 통해 고향에서 스무 자루 남짓한 배트를 공수받아 쓴다. 천부적으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인지라 배트를 잘 부러뜨리지 않아 생각보다 소모량이 적다는 게 이대호 측의 설명이다.

몸은 비록 바다를 건너와 있지만 부산 소식은 롯데 자이언츠 후배들에게 듣고 있다는 이대호는 가장 연락이 잦은 후배로 강민호와 정훈을 꼽았다.

"요즘 민호는 타격이 안 돼서 아주 큰일 났다면서요? 어째 전화로 우는 소리 많이 하더군요."

물론 이대호 자신도 슬럼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도 '슬럼프라고 자신을 놓아버리면 그걸로 끝'이라는 게 이대호의 지론이다. "야구가 안 되면 야구장에 가기 싫고 타석에 들어서기는 더 싫지요. 그래도 기왕 타석에 들어섰는데 시원하게 방망이나 한번 돌려 보자"하는 심정으로 나섭니다. 그러면 또 희한하게 안타가 나와요. 슬럼프라고 훈련하고 비디오 분석하며 용을 써도 잘 맞은 타구가 재수 없으면 잡히는 게 야구 아닙니까. 힘들수록 머리를 비우고 웃어야 합니다."

초청을 받은 팬이 부산의 청소년들이다 보니 롯데 복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일단 일본에서 최선을 다한 뒤에 고려해 본다는 게 그의 결심이다. "부산은 내 고향이고 롯데는 친정 팀입니다. 일본 생활이 끝나고 롯데가 나를 간절히 원한다면 고려할 의사는 있어요. 하지만 은퇴는 생각도 안 해 봤습니다. 아직 한참 젊잖아요."

2년 만에 팀을 옮기고 올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부침도 많았던 이대호다. 그는 청소년 팬에게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어려울 때 생각나는 멘토로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을 떠올렸다. "로이스터 감독님은 '무조건 된다'는 마인드를 강조했어요. 그 덕분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무조건 된다는 마음가짐이 해외 진출이라는 어려운 결심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대호는 이국까지 그를 만나러 온 부산의 청소년 야구 팬에게 직접 사인한 배트를 추억과 함께 일일이 선물했다. 후쿠오카=권상국 기자 ksk@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