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들, 스스로 목숨 끊은 부모 직접 신고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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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쇼크' 치유, 초기부터 전문가 나서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모를 보는 어린 자녀들의 심정은 어떨까. 최근 자살한 부모를 어린 자녀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우려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적극적 지원 체계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자살자의 유족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6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학교에서 귀가한 중학생이 집에서 숨져 있는 어머니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25일에도 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아버지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시행 중인 심리적 부검
유족 거부 땐 무용지물
지속적 상담 극소수 불과
경찰 조사 때부터 지원해야


두 사건 모두 아동이나 청소년 자녀가 숨진 부모를 처음 발견해 신고한 경우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커다란 심리적 충격이 예상되지만, 이들을 위한 별다른 조치는 없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타살 여부 등 확인과 심리적 부검(자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심리적 원인을 조사하는 것) 절차를 안내한다. 하지만 유족이 거부하면 심리적 부검은 진행되지 않는다. 심리적 부검에 동의한 유족의 자녀만이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생명의전화 변윤진 사무국장은 "가족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당시 상황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고통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의 이 같은 경험은 성장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의 심리적 부검 안내 이외에 유족을 전문가와 연계해주는 시스템은 없다. 자살예방기관의 안내장을 관공서에 비치하거나, 관련 전화번호를 홍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찰의 관련 기관 연계도 한계가 있다. 부산의 한 경찰관은 "업무 과중으로 안내가 누락되거나, 유족의 거부로 심리적 부검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족은 심리적 부검이라는 말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담을 받는 유족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부산시자살예방센터와 각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 1회 이상 상담을 받은 건수는 총 296건이며, 지속적 상담으로 이어진 것은 50여 건에 불과하다. 부산에서 지난해 967명(경찰 추정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감안하면 유족 상담은 미미한 수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자 유족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크게 높아 적극적인 대처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생명의전화 관계자는 "경찰 조사 단계부터 전문가가 참여해 유족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유족들의 인식 변화 필요성도 꼽히고 있다. 부산시자살예방센터 박춘민 팀장은 "유족들은 심각한 죄책감과 분노 등으로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유족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적극 대처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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