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체력 저하…여름은 바이러스성 질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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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에 조심할 게 있다. 여름철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과 수족구병이다. 대상포진은 주로 성인, 수족구병은 영유아를 위협한다. 여름철 폭염을 틈 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여름엔 더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대상포진

붉은 반점·발진부터 시작
죽을 것 같은 통증 찾아와
50세 이상 노년층이 더 심해
과로 피하고 면역력 키워야


대상포진에 걸려본 사람은 안다.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죽을 것 같은 아픔"이라는 표현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통증이 본격화되면 마약성 진통제 없이 견디기 힘들다. 희한하게 그런 통증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심하다.

통증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한쪽으로 죽 이어진 물집이다. 보통 피부 발진 4∼5일 전부터 피부의 신경절(신경세포가 몰려 있는 지점)을 따라 통증이 서서히 일어나면서 눌리는 듯한 느낌,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 발진은 침범한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분포되고 붉은 반점과 작은 발진에서 차츰 집단화된 물집으로 변한다. 발생 부위는 가슴 쪽이 가장 흔하고 머리, 허리 등에도 자주 나타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약 3명 중 1명이 일생 동안 대상포진을 한 번 이상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발생 사례 중 약 70%는 50세 이상의 성인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층에서 발생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포진은 과거에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의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활성화돼 신경을 따라 피부에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에는 침범 부위에 따라서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의 물집 등이 다 사라진 후에도 짧게는 수개월 또는 수년 이상 지속돼 큰 고통을 주기도 한다. 또 대상포진이 눈 주위를 침범한 경우에는 시력에 문제가 생겨서 때때로 실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얼굴 부위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안면신경 마비가 올 수 있고, 뇌 신경을 침범하면 뇌수막염이 생긴다. 방광 부위를 침범하면 신경성 방광염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여름에 환자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데, 더위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고 식욕감퇴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일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감소하는 만성 질환 환자가 많기 때문에 대상포진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온종합병원 신경센터 노순기 부원장은 "성인의 대부분이 수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전 국민이 대상포진을 앓을 수 있다"며 "예방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평소 건강과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최근 개발된 대상포진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수족구병

올해 유난히 일찍 유행 시작
뇌막염 합병증 일으킬 수도
6세 이하 영유아에 주로 발병
손·발 씻기 양치질 자주 해야


수족구병도 대표적인 여름철 질환으로 꼽힌다. 보통 7~8월에 발병하는데, 올해는 이르게 찾아온 불볕더위에 6월부터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100개 의료기관에 대한 수족구병 표본 감시 결과, 지난달 1~7일 외래환자 1천 명당 수족구병 의심환자 수는 28.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18.7명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질병관리본부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수족구병은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해 주로 6세 이하의 영유아에게서 발병한다. 손, 발, 입안에 수포성 발진이 생겨 수족구병으로 불린다. 보통 3~7일의 잠복 기간을 두고 발병하며 발열, 식욕부진, 인후통 등의 초기 증상을 나타낸다.

열이 나고 이틀 정도 경과하면 혀와 잇몸 그리고 뺨의 안쪽에 피부 이상과 함께 통증이 발생한다.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물집으로 진행되며 심하면 궤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여름에는 고온 다습한 날씨로 체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 최근에는 캠핑, 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어린이가 많아진 것도 수족구병 발병이 증가하는 이유로 꼽힌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수족구병은 예방으로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손과 이를 깨끗이 닦아 주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특히 음식을 먹기 전,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입이나 호흡기를 통해서도 감염이 될 수 있어 이 닦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수족구병은 대개 특별한 의학적 치료 없이도 7~10일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38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되고 두통, 경직,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바이러스 뇌막염이나 소아마비 등의 중증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아이가 제대로 회복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 부민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은영 과장은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수족구병의 유행이 앞당겨져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의 손과 발에 붉은 발진이 생기고 아이가 밥 먹기를 꺼리거나 목에 통증이 있을 경우 수족구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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