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바위 글씨 보면 문화코드 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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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촉석루 아래 바위에 새겨진 '일대장강 천추의열(一帶長江千秋義烈-한 줄기 긴 강(남강)이 띠를 두르고, 의열은 천 년의 세월을 흐르리라)'글씨. 의와 충절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하강진 교수 제공

'높은 성 깊은 골의 큰 강 언저리, 동백과 매화 어우러진 촉석루….' 경남 진주 촉석루에 걸려 있는 하연(1376~1453)의 칠언절구 중 일부이다. 하연은 진주가 고향으로, 조선 시대 영의정을 지낸 인물. 이 시는 하연이 경상도 관찰사인 남지(1409~?)에게 부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를 통해 당시 촉석루의 빼어난 풍광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하강진 교수가 한국의 대표 명승 누각인 진주성 촉석루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 '진주성 촉석루의 숨은 내력'(도서출판 경진)이란 책을 최근 펴냈다. 누정(樓亭)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하 교수는 2002년 촉석루를 찾았다가 누각에 걸려 있는 시문을 보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책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 수집에만 10년이 걸렸고, 촉석루와 관련된 한시도 1천여 수 모았다.

동서대 하강진 교수 누정문학 관심
10년간 자료 수집 한시 1천 수 모아
'진주성 촉석루의 숨은 내력' 출판
당대 역사·문화풍속 드러나 '재미'


책은 진주시와 진주성의 변천은 물론이고 촉석루, 촉석루 현판시, 진주를 다녀간 명사들의 자취를 세세히 더듬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촉석루 절벽에 새겨진 바위 글씨 조명 부문. 하 교수는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던 촉석루 바위 글씨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이곳에는 충절의 논개와 진주 정신을 상징하는 '일대장강 천추의열(一帶長江千秋義烈-한 줄기 긴 강(남강)이 띠를 두르고, 의열은 천 년의 세월을 흐르리라)'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임진왜란 때 제1차 진주성 전투를 지휘한 김시민 장군 전공비 비문을 쓴 한몽삼(1589~1662)이 1619년 7월에 새긴 글로, 주변엔 40여 명에 달하는 이름이 바위 글씨로 존재하고 있다.

하 교수는 이 글을 제외하곤 바위 글의 주인공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인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라를 빼앗기자 울분을 참지 못해 자결한 순국지사를 비롯해 대부분은 충절의식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개중에는 현실정치를 주도해 영화를 누린 이도 있다. 바위 글씨 이름 중에는 내부대신이며 친일 앞잡이인 이지용을 꾸짖은 기생 산홍과 진주가 낳은 비운의 서양화가 강신호(1904~1927)도 보인다.

하 교수는 "이처럼 바위 글씨가 새겨진 촉석루 아래 절벽은 단순한 명승지만이 아니다. 글씨가 새겨진 당대의 역사와 생활풍속을 읽는 문화코드"라고 말했다. 책엔 촉석루를 보고 남긴 시문, 촉석루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한시 작품도 가려 뽑아 시인과 함께 시의 탄생 배경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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