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그리기로 학교 문턱이 낮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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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민화교실' 연 윤수관 대진정보통신고 교사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만 되면 부산 금정구 대진정보통신고등학교 미술실은 민화 그리기로 분주하다. 그림을 배우러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그런데 학생이 아니다. 이 학교 학생들의 학부모들이다.

미술교사 윤수관(54) 씨가 학부모들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민화 그리기 교실'을 무료로 열자 큰 호응이 쏟아졌다.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됐다" "살림만 하다가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놀라움을 보이는 학부모에서부터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 같다"고까지 말하는 어머니까지. 대부분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나이에 그림을 배우겠다고 자식의 학교를 찾는 풍경이 지금 교육계의 화제다.

매주 학부모 미술교실 운영
봉사활동과 접목해 실시
학교-학부모 소통에 일조

윤 교사가 학생의 학부모들을 상대로 미술교실을 연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 처음 학부모 미술교실을 열어 수채화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 3월부터 매주 금요일 1~2시간 민화 그리기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 민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어머니들은 모두 13명. 그림 실력은 다 제각각이지만 수업시간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보면 마치 학창 시절 미술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행복해 보인다. 윤 교사는 자리를 돌아가며 세세한 개별지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윤 교사는 "그림 그리는 일이 어머니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아이들과 관련된 정보를 학부모들과 격의 없이 나누고 공유하는 소통의 관계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특성상 예전에 진학이 주요 목표였다면 요즘은 취업이 큰 목표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교사-학부모 간의 정보 교환의 친밀한 소통관계가 그림을 통해서 형성됐다는 것. 이 민화 교실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부산 학부모샤프론봉사단에서 활동하는 어머니들이다.

시내 18개 학교가 연합한 학부모샤프론봉사단은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지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으로, 환경 보호·장애 체험·복지관 방문·연탄 배달 등 정부 승인 프로그램과 관련된 봉사 활동을 한다. 어머니들이 민화 교실에 참여하는 동안 학생들은 같은 시간에 이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술교실을 통해 학부모에게 높기만 했던 학교 문턱은 한층 낮춰졌다. 학부모들은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기 세계를 찾고 아이들은 학교 환경 가꾸기 등 봉사활동에 나서는 아름다운 풍경이 일주일에 한 번씩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윤 교사는 "민화 그리기는 그림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며 "봉사활동을 접목한 학부모-학교 간 정보 교환이라는 모습으로 효과를 확산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다른 학교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져 참여 의사를 타진해 오는 등 호응도는 커지고 있다.

미술교실을 통해 학부모들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은 전시회를 통해 대중들에게도 소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그리고 만든 민화와 족자·부채 등 작품을 모아 '11월 결산 작품전' 등 두 차례의 전시회를 연다고 한다.

윤 교사는 "미술교실을 매년 계속 열어서 다른 학교에도 홍보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교사들도 동참하는 교사연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했다.

글·사진=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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