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59> 남해 망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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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절경 품은 남해의 전망대

남해의 진산인 망운산으로 오르던 도중 관대봉에 서서 탁 트인 조망을 누렸다. 눈앞으로 남해읍내가 펼쳐져 있는데 멀리 창선과 금산도 흐릿하게 보인다.

망운산(望雲山·786m)은 남해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남해 상주의 금산(705m)이 유명하다지만 남해의 진산은 단연 남해읍내에 우뚝 선 망운산이다. 망운이란 이름 그대로 정상에 서서 먼 구름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사방에 막힘이 없으니 탁 트인 조망이 압권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터. 아득히 먼 구름 밑으로 지리산 천왕봉, 광양 백운산의 호기로운 마루금이 펼쳐질 뿐만 아니라 한려수도의 빼어난 절경이 품어진다. 자타공인 남해의 전망대다.

망운산은 산세가 호방함을 빼놓을 수도 없다. 망운산의 천년고찰 망운사에 주석하고 있는 성각 스님은 "청룡과 백호가 감싸고 있는 산세"로 설명했다. 거대한 구릉이 버티면서 내달리는 모양새라 남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산이라고 했다.

여기에 '보물섬 남해'답게 망운산 산행의 재미가 하나 더 숨어있다. 바로 꽃산행이다. 봄이 오면 정상부 밑은 진달래와 철쭉이 지천으로 피어 온 산이 붉게 흐드러진다. 임도가 잘 닦여 접근이 용이한데다 목제 덱(deck)과 계단까지 잘 정비되어 5월까지는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산&산팀은 상춘객으로 붐비는 시기를 피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6월 산행지로 망운산 코스를 선택했다.



     
80분 남짓 오르면 탁 트인 조망바위
암봉 관대봉 관능적인 모양새 눈길
망운사 두 개의 일주문 모두 다 운치


■남해의 진산 오롯이 즐겨


전망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 망운산은 사방으로 길이 나 있다. 정상의 북쪽에 있는 고찰, 화방사를 출발점으로 하는 코스가 흔히 선택된다. 화방사에서 정상(3㎞,1시간 20분)으로 오른 뒤 남해읍내의 오동마을(정상에서 3.4㎞), 신기마을(정상~관대봉 거쳐 4.4㎞)로 내려올 수 있다. 신기마을 코스는 산림욕장을 거친다.

과거 산&산 254회에서는 망운산의 북쪽인 서면 중현리 현촌마을에서 망운산 정상을 올라 관대봉을 거쳐 읍내의 남해여중에서 마침표를 찍는 직선 코스(7.7㎞)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원점회귀 노선으로 재구성했다. 남해군 남해읍 아산리 오동마을회관(오동리경로당)에서 출발해서 아산마을~관대봉(595m)~망운산 정상~철쭉군락을 거쳐 망운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능선을 따라 하산해서 오동소류지를 지나 오동마을회관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전체 8.6㎞를 걷는데 4시간 30분이면 넉넉하다. 이번 코스는 도중에 탈출할 수 있는 갈림길이 없다. 거친 구간이 없으니 완주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서 다행이다.


■철쭉 군락과 선서화

남해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출발하는 공영버스가 정차하는 오동 정류소 앞 마을회관이 들머리다. 왼쪽의 다리를 건너 아산마을까지 700m 정도 포장된 길을 걸어서 올라야 한다. 이 구간에는 산행코스를 알리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다. 마을 끝에 깔밋한 전원주택풍의 집을 지나면서 입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장수이씨 분묘를 거치자 이정표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망운산 정상과 관대봉 방향으로 곧장 오르기만 하면 된다. 1시간 정도는 땀을 쏟아야 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런데, 묘한 꽃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주변에 꽃나무라고는 종적이 없는데 대체 이 향기는 어디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극에 궁금증만 안은 채 조망바위에 올랐다. 탁 트인 조망이 시원스럽다. 남해읍내는 손에 잡힐 듯하고 남해 창선과 금산은 흐릿하다.

그런데, 발밑의 숲이 허옇다. 아하, 밤나무 군락이다! 만개한 밤꽃 때문에 산 중턱이 허옇게 변했다. 남성 정액과 비슷한 냄새라 하여'양향(陽香)'으로도 불리는 밤꽃 내음이 바람에 실려 등반로까지 날아온 것이다. 철쭉이 지난 계절이라 꽃구경은 기대도 못했는데, 뜻밖에 밤꽃향에 묻혔다.

이어진 암봉 관대봉에 올라서도 다시 한 번 시원스러운 조망을 즐겼다. 하지만 표석도, 이정표도 없어 다소 쓸쓸하다. 정상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가다 문득 뒤돌아보니, 관대봉의 모양새가 참 관능적이다. 영락없는 봉긋한 가슴 모양이다.

관대봉에서 잠시 내리막으로 떨어진 등로는 다시 거친 가풀막으로 바뀐다.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헤쳐 오르면 정상 바로 밑의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풍경이 실망스럽다. KBS중계탑으로 이어지는 전깃줄과 전봇대, 임도 따위가 어지럽다. 힘들여 정상부에 발을 내디뎌 만나는 이런 도회적인 풍경이 반가울리 없다. 아쉬움을 남기고 정상 쪽으로 몇 걸음 떼자 금세 이정표가 나타난다. 망운사로 빠지는 갈림길인데 이리로 가면 정상과 철쭉 군락지를 놓치게 된다. 직진해서 정상~철쭉 군락지~망운사로 빙 둘러 발품을 파는 게 보람이 있다.

망운산 정상은 사방팔방이 탁 트여 있다. 지리산 산줄기를 눈에 넣은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정상 표석 뒤 화방사 방향 표지를 따라 내려가면 철쭉 군락지다. 목제 덱과 계단이 임도까지 뻗어 있다.

임도에 내려섰을 때 재미있는 이정표를 만났다. '싱글길'. 혼자서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길이란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나아가면 망운사에 닿는다. 새 일주문과 옛 일주문이 제각각 운치가 있다.

망운사의 성각 스님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 기능보유자다. 스님의 안내로 묵향 가득한 금당갤러리에서 선화를 감상했다.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먹선 한 가닥으로 그려낸 산(山)자 형상. 산속에 들어와 화선지 위의 또 다른 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선화를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내면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지요." 등산객의 청이 있을 때는 갤러리를 개방해서 보여준다고. 스님은 망운사로 바뀐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망운암으로 불리는 게 정겹다고 덧붙였다.

하산길은 석제 옛 일주문 옆으로 잡았다. 시멘트 포장 끝 텃밭 옆으로 등산로가 있는데 흐릿하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덩그렇게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신록이 우거져서 수풀이 길을 가로 막는다. 인적이 뜸했던지 가지가 무성해서 고생길이다. 잠시 뒤 드문드문 편백나무가 나타나면서는 길이 수월해지고 계곡수를 건너면서 반듯한 등반로로 갈아탄다.

언제나 그렇듯 하산길은 일사천리다. 오동소류지를 만나면 산행은 마무리 수순.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출발지점인 오동마을로 닿는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남해 망운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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