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들여다보기] 배수진 각오보다 즐기는 마음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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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라. 대한민국 대표팀!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회복훈련 중인 대표팀의 분위기는 침울할 것이다. 물론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은 16강 진출의 희망을 붙잡고 있다.

"0.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하겠다. 그라운드에서 기어 나온다는 각오로 뛰겠다"는 선수들의 마음은 너무나 아름답다.

문제는 이에 매달리면 큰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케이블 ESPN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0.8%로 분석했다. 선수들이 0.8%라는 숫자를 계산해가면서 거기에 집착하면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칠 수 없다. 상대팀이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질 때 지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다 펼쳐 보이고 지겠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하면 의외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마음을 비우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상대보다 높은 실력을 갖췄다면 보다 더 긴장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상대보다 낮은 실력을 지녔다면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흥분하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기장에 들어가야 최상의 게임을 펼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팀은 벨기에보다 기량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떨어진다. 월드컵 경기에서의 승리는 그리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렇게 기량과 기술 수준이 상대보다 낮다면 신체적 불안감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안 되고 적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오히려 한국팀은 그런 불안감과 각성 수준을 조금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상대보다 전력이 약한 경우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불안(각성) 상태가 너무 높으면 경기장에서 더 긴장하고 못 뛸 수 있다.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좋은 경기, 후회 없는 경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을 갖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뛰어야 한다. 그래야 훨씬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한 가지 더! 긍정적인 자기 대화가 절실하다. 정신은 신체를 지배한다. 만약 선수들이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자기 대화는 고뇌, 좌절감, 노여움, 스트레스와 함께 나타난다.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대화를 스스로, 팀 내부에서 많이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16강이라는 목표를 잊는 것이다. 최고로 즐기는 축구를 해야, 최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효경

동서대 레포츠과학부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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