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10만 원 불상' 훔치려다 1억 집 홀라당 태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0만 원 불상 훔치려다 1억 원하는 집 한 채를 홀라당 다 태웠네.'

지난 3월 15일 오전 1시 50분께 부산 강서구의 한 가정집. 술에 취한 박 모(25) 씨가 침입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 씨는 술김에 충동적으로 빈집털이를 마음 먹은 것이다. 마침 집주인(55)은 외출 중이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전 친구와 마신 술기운이 올라 정신이 아득해진 박 씨의 눈에 방 안에 있던 10만 원 상당의 불상이 눈에 들어왔다. 박 씨는 흡족한 표정으로 불상을 챙겼다.

하지만 입에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무심코 방 안에 버린 것이 화근이 됐다. 방안에 늘려 있던 종이와 종이박스 등으로 삽시간에 옮겨붙은 불은 집까지 몽땅 태운 뒤 2시간만에 꺼졌다.

소방서에서 현장 감식을 했지만, 가재도구까지 몽땅 타버려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힘들었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일을 당한 집주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화재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집주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국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집 근처 CCTV에 찍힌 박 씨의 수상쩍은 모습을 토대로 박 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처음엔 범행을 부인하던 박 씨였지만, CCTV를 보면서 부분적으로 끊긴 기억을 되살렸다. 박 씨는 "타는 냄새가 나서 집 밖으로 나갔던 기억이 난다. 고의는 아니었다"고 했지만, 10만 원 불상 때문에 1억 원이 넘는 집 한 채를 태운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20일 박 씨를 실화와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현아 기자 srdfish@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