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58> 의성 비봉산~금성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봉황이 날아오르듯 기묘한 산세에 취하다

경북 의성에 병풍처럼 우뚝 솟은 비봉산 정상부는 바위 능선 구간이 헌걸차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운 여인의 모습으로도 비유되니 산세가 변화무쌍하다.

기암괴석이 곡예를 부리는 듯하더니 이내 아기자기한 솔숲 사이로 아늑한 길이 펼쳐졌다. 깎아지른 바위벼랑 밑으로 부챗살처럼 퍼진 선상지의 독특한 풍경에 눈길을 빼앗기는 것도 잠시. 반대편에 깊은 그늘을 남기며 뻗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 풍경 사이로 늠름한 두 산이 쌍벽을 이룬 채 맞섰다. 하나는 봉황이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비봉산(飛鳳山·671m).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운 여인의 모습으로도 비유되니 변화무쌍한 산세가 짐작이 되는가.



     
발길 닿는 곳마다 전설과 역사의 흔적
그랜드캐니언 같은 거대한 직벽에 탄성
정상엔 수직 암벽 '여인의 턱' 눈길

이웃에는 삼한시대 부족국가 조문국이 쇳덩어리 같은 '쇠울산성'을 쌓아올린 데서 이름이 유래한 금성산(金城山·530m)이 우뚝하다. 우리나라 첫 화산이면서 동시에 최초의 사화산이다.
경북 의성의 진산을 한달음에 내디뎠다. 고리 모양으로 이어진 두 산의 곳곳에서 전설과 마주치고 역사의 흔적을 생생하게 대면했다. 걸음걸음마다 눈길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처럼 눈요기도 즐거우니 가히 산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를 골고루 갖췄다고 해도 좋겠다. 산행을 마친 뒤 산행대장이 이런 평가를 내렸다. "부산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유일한 단점이네요!" 대중교통 접근성만 좋았으면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뤘을 매력만점의 산인 것이다.

■의성의 쌍벽을 빙 둘러 원점회귀

쌍벽을 이루는 금성산과 비봉산의 능선을 따라 걸으면 타원형을 그리게 된다. 그 사이로 깊숙이 파고든 계곡에 천년고찰 수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산행 코스는 두 산을 각각 오를 것인지, 아니면 수정사를 거쳐 산 정상 한 곳만 밟을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주차장에서 금성산으로 오르는 코스가 흔하고, 굳이 이를 피해 수정사를 거쳐 비봉산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산&산에서는 금성산 주차장에서 출발하되 두 산을 두루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기로 했다. 이 경우 수정사 경유는 포기해야 한다.

코스를 요약하면 주차장에서 수정사 방향으로 가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입산. 산불감시초소(434봉)에 닿아 능선에 올라타고는 601봉, '여인의 턱'(남근석)을 거쳐 비봉산 정상까지 단숨에 주파한다. 이어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가다 봉수대를 거쳐 금성산 정상을 밟은 뒤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9.2㎞를 걷는데 식사와 휴식시간을 포함해 5시간 40분 걸렸다.

비봉산 정상을 지나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수정사로 내려오는 지름길을 이용하면 산행시간이 줄어든다. 이어지는 능선상의 갈림길에서도 수정사와 절골로 빠지는 탈출로를 선택할 수 있어 하산 경로를 신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거친 비봉산, 다소곳한 금성산

경북 의성군 금성면 수정리의 금성산 주차장에 차를 댔다. 수정사 쪽 골짜기로 들어가는 도로에 섰더니 멀리 허연 속살을 드러낸 거대한 석벽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랜드캐니언처럼 보이네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리를 건너니 '비봉산 정상 3.7㎞'라 쓰인 이정표가 있다. 입산 지점인데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40분간 가풀막길과 씨름하고 나서 감시초소를 만났다. 능선에 올라탄 셈이라 길이 수월해진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마루금에는 '전망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전망이 좋다는 뜻일 텐데, 과연 능선에 오르면서 시야가 탁 트였다.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시켰던 거대한 직벽은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까워졌다. 이 직벽이 만들어낸 깊은 골짜기는 아득하기만 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그 안쪽에 천년고찰 수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산비탈 아래는 부챗살 모양의 퇴적 지형인 선상지다. 깎아지른 산지와 넓은 평지의 경계에 갈래를 늘어뜨린 선상지의 풍경이 독특하다.

정상에 다가가자 날카로운 수직 암벽이 도드라진다. '여인의 턱'이라 불리는데, 그 바위벼랑 밑 언저리에는 남근석도 있다. 남근석을 거쳐 '여인의 턱'으로 가는 길은 험해서 돌아가는 길이 나 있다.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불끈불끈 솟구치는 길을 뚫어내고 나니 순식간에 비봉산 정상이다. 숲이 우거져 조망이 없다. 표석 뒤 '금성산 4.6㎞' 방향 표시를 보고 내려간다.

등산로 주변 나무에 '등산길→' 방향 표시가 줄줄이 걸려 있다. 동네 뒷산 느낌의 편안한 산길이라 길을 잃기도 어려운 곳에 웬 친절인가? 비밀은 송이버섯에 있다. 비탈에 귀한 버섯이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이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이 매달아 놓은 것이다.

비봉산 정상에서 내려와 봉수대를 거쳐 2시간 정도는 바르게 난 길을 따르기만 하면 되니 심심할 정도다. 그때 흔들바위 이정표가 나타났으니 공연히 객기가 발동했다. 등산로를 잠시 벗어나는 수고를 불사하고 바위를 부여잡았다. 끙~! 성인 남자 두 명이 번갈아 용을 써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으니 괜히 멋쩍어졌다.

남자 마음만 흔들어 놓은 흔들바위를 뒤로 한 채 10여 분 걸었을까.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 서 있는 아담한 금성산 정상 표석과 맞닥뜨렸다.

금성산은 삼한시대 조문국의 군사 거점으로 성곽과 훈련장 등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신라의 침략에 맞선 최후의 결전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군사요충이라는 살벌한 분위기는 전혀 없고 만만한 뒷산 느낌이 훨씬 강하다. 쌍벽으로 서 있는 건너편 산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비봉산이 거친 반면 금성산은 다소곳하다. 그래서 금성산은 가족 산행지로 즐겨 추천된다.

하산길은 성곽을 따라 곧장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40분 정도 만에 금성산 주차장에 내려서면서 원점회귀 산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의성 비봉산~금성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의성 비봉산~금성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458> 의성 비봉산~금성산 찾아가는 길 가볼 만한 곳 (1/30)
[산&산] <458> 의성 비봉산~금성산 산행지도 (1/30)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