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진학, 성적보다 진로 탐색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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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동고교는 지난 14일 각 계열별 교수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졸업생들을 초청해 1, 2학년생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진로 탐색의 날'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대동고교 제공

"○○대학 가려면 몇 점 받아야 돼요?"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은 어디예요?"에서 "어떤 과 가야 취직 잘돼요?" "○○○ 되려면 어느 과 가야 해요?"로.

대입 진학을 결정하는 기준이 성적에서 진로로 바뀌고 있다. 2008년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배경이다. 단순한 성적보다 학업 역량과 전공 적합성 등을 따져 학생을 뽑는 입학사정관제는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성적이라는 현실적 기준과 진로라는 추상적 기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학과 탐색에서 답을 찾아보자.

2008년 입학사정관제 도입 후
학업 역량 · 전공 적합성 주목

학과 탐색 · 유사 학과 비교
원하는 직업 위한 진학에 도움

■학과 탐색의 핵심은 유사학과 비교

지난 14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대동고에는 1, 2학년 전 학생이 모여들었다. 올해로 4년째 열리는 대동고 '진로 탐색의 날'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사하구청의 지원으로 2011년 시작됐다. 대학의 모집단위와 현실적인 직업 세계를 아울러 살피고 보다 현실적으로 진로를 탐색하도록 돕는 것이 행사의 목표다. 올해는 각 계열별 대학 교수 17명과 졸업생 중심 각 분야의 직업인 12명이 강사로 참여했다. 학생들은 2교시에 걸쳐 각자가 관심이 있는 학과나 분야를 택해 강의를 듣고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다.

대동고가 이와 같은 행사를 기획한 것은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중심으로 하는 학과 탐색 행사나 성공한 직업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회성 강의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동고 김재원 교사(부산진학지도협의회 회장)는 "교수에게는 학과의 전공 과목과 진로에 더해 유사한 학과 간 비교와 학과에 도움이 되는 고교 교과목을, 직업인에게는 본인의 경험과 더불어 그 분야에 필요한 전공과 같은 분야의 진로를 설명하도록 부탁한다. 이렇게 해야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갈 수 있는 학과와 실제 직업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2014학년도 부산 지역 15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컴퓨터와 관련된 모집단위는 모두 31개나 된다. 정보공학부, 전기전자학과, 게임공학과, IT융합응용공학과, 공간정보시스템학과, 정보통계학과…. 이 중 부경대 가군에만 6개 학과가 있는데, 이 학과들의 지원가능점수만 해도 10점 이상 차이가 난다. 특정 대학이나 학과가 아니라 진로가 중심이고, 유사학과 간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안다면 지원할 수 있는 학과의 폭이 넓어진다. 유사한 학과가 있는 다른 대학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이것이 김 교사가 "진학과 연계된 진로 교육의 첫출발이 학과 탐색, 특히 유사 학과 비교"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지난해 '진로탐색의 날'에 참가한 1학년 학생은 부산대 수학과 교수의 강의를 듣고 "공학만 전공한 사람보다 수학을 전공하고 공학을 복수전공한 사람이 사회에 더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진로를 좀 더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1학년은 동아대 생명학과 교수의 강의 소감문에 "생명 관련 학과에 가려면 화학2와 생명과학2를 선택하는 게 좋고 무엇보다 중요한 과목은 영어라는 말을 듣고 여름방학 동안 부족한 영어를 보완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썼다.

■진로 탐색 정보 어디에서 얻나

대학 모집단위가 세분화되고, 새로운 학과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학과 탐색과 유사학과 비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재원 교사는 다양한 사이트나 참고 자료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진로와 관련 학과의 범위를 먼저 정한 다음에 해당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이 마련한 학과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방향을 세워야 그 분야에서 성공한 명사의 강의를 듣더라도 성실과 열정, 꿈 같은 추상적인 내용 대신 구체적인 진로와 자격증, 지금 집중해야 할 교과목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학과에 대한 정보는 커리어넷(http://www.career.go.kr, 미래의 직업→세계 학과정보), 워크넷(http://work.go.kr/jobMain.do, 직업·진로→학과정보), 한국대학신문( http://unn.net/UnivInfo/LessonList.asp, 대학정보→학과정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대 입학관리처가 지난 2월 펴낸 '진로진학 지도를 위한 학과 특성 가이드북'은 139개 학과에 대해 일반적인 학과 정보에 더해 유사학과 간 비교와 관련된 고교의 교과목을 소개했다. 부산 지역 고교 교사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일선 학교가 원하는 진로 정보를 더할 수 있었다.

전기공학과의 경우 전자공학과, 전파공학과와 전공과목, 진로 등을 비교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수학에서 삼각함수와 미분, 적분이, 과학에서는 물리학의 에너지와 전자기학이 중요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워두면 도움이 된다고 소개하는 식이다. 법학·의학·치의학·한의학전문대학원과 약학대학원, 국립외교원(외교아카데미), 공무원 임용시험, 장교 임관 등 특수전문직업군 정보도 함께 소개했다.

책 말미에는 학과별 개설대학 현황도 부록으로 실었다. 부산 시내 각 고등학교 진로진학실에 비치돼 있고, 동아대 홈페이지에서도 PDF 파일(http://ent.donga.ac.kr/popup/guidebook_2015.pdf)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최혜규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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