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모로코 출신 부스라 씨 "제 충무김밥, 대박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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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연상 남편과 마는 알콩달콩 김밥, 대박 나겠지예?"

"외국인이 충무김밥을 말고 있어도 놀라지 마세요~!" 나이·국적을 뛰어넘은 로맨스의 주인공인 모로코 모델 출신의 위카르 부스라 씨가 최근 남편과 함께 시작한 충무김밥집에서 김밥을 만들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우리 충무김밥, 너무 맛있어요. 대박 나겠지요?(씽긋~)"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응급실 건너편 '대학충무김밥'에 가면 진풍경을 만난다. 첫눈에 확 띄는 미모의 외국 여성이 익숙하게 김밥을 말고, 무김치와 오징어무침을 곁들여 손님상에 차려내고 있어서다.

어라, 근데 어딘가 낯이 익은데? 그래 맞아! TV에서 봤는데. 그 29살 연상의 한국인 선장과 결혼한….

"아, 네. 방송 봤어요?" 약간은 어눌한 한국어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맞장구까지 쳐 준다. 바로 모로코 출신의 위카르 부스라(26) 씨다. 송출 선장으로 모로코에서 근무하던 함기재(55) 씨와 나이·국적을 뛰어넘은 로맨스로 화제를 뿌린 주인공이다. 이 부부는 최근 충무김밥집을 차렸다. 장사는 처음이다. 그런데 신이 나 있다. 알콩달콩 충무김밥을 말고 있는 부부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델 하다 한국인 선장과 만남
극심한 나이 차, 판사도 말린 결혼
숱한 난관 뚫고 18살에 식 올려
미모·입담으로 방송가 맹활약
최근 아미동에 충무김밥집 차려
"빡빡한 방송 일정에 가게일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랍니다"


■나이·국적을 뛰어넘은 로맨스

이 부부의 연애사는 어딘가 엉뚱해서 들을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만든다. 함 선장은 부산 서구 아미동이 고향이다. 선장 시절 모로코에서 모델로 활동 중이던 부인을 해변에서 마주치고는 첫눈에 반해 과감히 '대시'한 건 부산사나이의 기질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데, 29살이라는 나이 차가 마음에 걸렸다. "나이가 어리면 해외에 나올 수가 없어서 서류를 조작해서 10살을 높여서 출국했다고 둘러댔지요." 사랑에 눈이 멀어 처음엔 나이를 속인 것이다. 결국 탄로가 났지만 그때는 사랑이 싹튼 뒤라 개의치 않더라고.

우여곡절은 또 있었다. 현지에서 결혼할 때는 허가권을 가진 판사가 나이 차이를 문제 삼아 집요하게 방해했다. 무수한 난관을 극복한 채 드디어 모로코에서 결혼에 골인. 그때 신부의 나이는 만 18세였다. 부부는 사랑의 결실인 아들 사랑(8·초등1) 군을 얻었다.

아들이 성장하면서 교육 문제도 있어 지난 2010년 2월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부스라 씨의 맹활약이 시작됐다. 빼어난 미모와 말쏨씨로 방송가를 누비기 시작한 것. 여러 방송프로그램에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어 유명인사가 됐다.

그 사이 '겹사돈과 연하의 장모님'이라는 독특한 가족 상황이 알려져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부스라 씨의 여동생이 함 씨의 동생과 백년가약을 맺은 것이다. 또 사위보다 6살 연하인 장모도 이혼한 뒤 한국에 들어왔다가 국제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세 모녀는 인근에 거주하면서 자주 왕래하고 있어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다고.


■모로코에서 어묵 공장 차릴 뻔

"'스지오뎅' 좋아하세요?" 

위카르 부스라(왼쪽) 씨와 남편 함기재 씨. 강원태 기자
부스라 씨가 충무김밥에 곁들이로 내는 국물을 맛보라며 건넸다. 모로코 분이 어묵 국물맛을 아실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남편이 거든다. 실은 모로코에서 어묵 공장을 할 뻔했다는 것이다. 오징어나 고등어가 아주 흔하고 싼데 모로코 식으로 요리한 게 "맛이 쥐뿔도 없더라"는 거다. 그래서 한국식 어묵을 만들어 팔면 성공할 것이라 확신했다고.

"(맛을 봤다면)모로코 사람들 죽죠~!" 부스라 씨의 능청이다. 그도 부산의 어묵맛을 잘 안다. 한국사람 다 됐다!

어쨌거나 모로코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왔기 때문에 새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집사람과 아이, 세 식구가 단란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충무김밥을 선택했습니다." 통영 어부의 아내들이 고기 잡으러 나가는 남편 도시락으로 싸 준 데서 유래한 충무김밥은 20년 넘게 배를 탄 함 선장과 코드가 맞았던 것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원조인 통영의 유명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비법을 연구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맛이 안 날 때는 돌아버리겠더군요!" 각고의 노력 끝에 제 나름의 맛을 살렸다. 고향인 서구 아미동에 가게를 차렸다.

이 대목에서 장난기가 발동했다. 부스라 씨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충무김밥 맛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주저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오징어요! 쫀득하게 만드는 게 어려워요. 무김치도 중요하고요." 그는 돈을 내고 사 먹는 음식이 맛이 없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추가 주문을 많이들 하세요." 은근히 가게를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방송, 모델에 가수까지 "꿈 많아"

요즘 방송 활동은 어때요? 이 질문에 부스라 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연예인 체질을 숨길 수가 없다! "한국 TV에 출연해서 다문화를 주제로 말하는 게 즐겁고 보람을 느껴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갓 창업한 가게일도 챙겨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현재는 따로 종업원을 두지 않고 부부가 일을 도맡고 있어 일손이 아쉽다. 그래도 방송 출연 일정이 잡히면 불원천리 서울을 다녀온다. 남편이 든든한 지원군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요즘은 가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남편은 "아내가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데요!" 하면서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해운대의 한 음악연습실을 다니며 가수 데뷔 준비에 한창이라고.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니 '도둑놈'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손가락질 받으며 한국에서 살 수 있겠나 싶어 귀국을 주저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도 많았다.

이들을 옆에서 도와주고 있는 이승렬 전 부산조리사회 사무국장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부스라 씨가 꼭 신문에 실어 달라고 뭔가를 내민다. 냉장고 자석이 붙은 손바닥만 한 메뉴다. "포장배달도 해 드려요!" 하하하, 장사수완도 보통이 아니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부스라 씨의 소원대로 정말 대박이 나지 않을까.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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