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나무섬 자리돔 낚시] 밑밥 한 주걱에 몰려드는 자리돔, 살림통 가득 맛있는 횟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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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에서 온 박진서 씨가 다대포 나무섬 40번 자리 사각바위 포인트에서 자리돔을 낚아올리고 있다. 자리돔은 특별한 기교가 필요없을 정도로 잘 잡혀 생활낚시 대상어로 그만이다.

돔 가운데 가장 작은 종류의 하나. 제주가 고향처럼 여겨지는 물고기, 자리돔. 자리돔이 부산 다대포 나무섬에 있다. 물론 백운포와 태종대, 몰운대에도 있지만. 자리돔을 본격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나무섬으로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그냥 회로 먹어도 좋고, 물회로 먹으면 더 일품인 자리돔. 몇 해 전 제주도 여행에서 맛본 그 자리돔을 떠올리며 다대포 대흥낚시(051-264-5438)의 협조로 나무섬을 다녀왔다.

■다 자라도 손바닥 크기

오전 11시. 다대항에서 출발한 낚싯배는 20여 분이 채 되지 않아 나무섬에 도착했다. 나무섬은 한 개의 섬이 아니라 주변의 작은 섬들도 포함하고 있다. 낚시를 할 수 있는 작은 섬에는 다대포 낚시 점주들이 번호를 매겨 놓았다. 선장은 자리돔을 잡으러 왔다니까 두말도 않고 "40번 자리에 내리세요"라고 했다. 다대항 낚싯배는 오전 4시와 11시 출발해 낮 12시와 오후 5시에 들어온다. 배삯은 1인당 2만 원.

40번 자리는 나무섬 본섬에서 동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작은 바위섬으로 모양이 사각형이어서 사각바위라고도 부른다.

새벽에 일찍 들어와 자리를 잡은 박진서(55·김해) 씨가 알려주었다. 박 씨는 전기공사업을 하며 한때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서 세진낚시라는 가게를 운영했다. 몇 년 전에 자리돔 낚시에서 대박을 터뜨렸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또 왔다고 했다. 함께 온 일행은 사하구 장림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한다는 박승남(67) 씨였다. 두 박 씨는 고모와 조카 사이다.

"옛날에 자리돔을 많이 잡아 고모의 공장 식구들과 물회를 해 먹었는데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왔어요." 고생해서 낚시를 해 와 성과물을 나눠 준 조카가 고마웠는지 박 씨의 고모도 이번에 직접 따라 나섰다. 고모 박 씨는 등산용 깔개를 깔고 아예 엉덩이를 바위에 붙이고 앉아 가장 편안한 자세로 낚시를 했다. "새벽 4시에 들어왔어요. 빨리 가야 자리돔을 많이 잡는다고 해서." 그들의 살림통에는 자리돔이 벌써 그득했다.

박 씨가 오전에 낚아올린 자리돔.
자리돔은 멀리 이동을 하지 않는 붙박이라서 '자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제주에서는 그냥 자리라고 부른다. 따뜻한 바다에 사는 고기인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점점 북상하고 있다. 거제와 통영 남해안 일대는 몇 해 전부터 자리돔이 극성이다. 감성돔을 노리는 꾼들은 자리돔을 '밑밥 도둑'이라며 멀리하기도 한다. 다 자라도 크기는 고작 13㎝. 입도 작아 일반적인 바늘에는 잘 걸리지 않는다.

■낚시를 물어주는 고기

사각바위에서 나무섬을 바라보는 방향에 있는 작은 홈통에는 모두 3대의 낚싯대가 드리워졌다. 또 한 명은 아예 자리돔을 노리고 온 양향문(52·부산 사하구 신평) 씨였다. 양 씨는 구멍찌를 단 민장대를 사용했는데 한 번 올릴 때마다 1~2마리씩 꾸준히 잡았다. 눈앞에서 취재 대상어가 쑥쑥 올라오니 아예 낚싯대를 펼 생각도 못하고 구경했다.

"자리돔은 잡는 고기가 아니에요. 그냥 물어주는 고기지." 양 씨가 밑밥 한 주걱을 뿌리자 시커멓게 자리돔 떼가 떠올랐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땀도 좀 식었겠다 싶어 채비를 차렸다. 민장대도 준비했지만 릴낚시로 했다. 아주 오래 전 갯바위 감성돔 낚시를 갔을 때 하도 달려드는 자리돔이 귀찮아서 다음에 가면 아예 자리돔을 낚으려고 사 둔 자리돔 전용 카드 채비를 달았다. 바늘은 모두 10개. 바늘마다 어피가 달려 있어 물속에서 미끼처럼 하느작거린다. 
채비가 제대로 됐는지 투척을 한 후 슬슬 끄는데 '토닥~'하고 입질이 왔다. 금붕어만 한 자리돔 한 마리가 올라왔다. 방생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옆에서 낚시를 하던 아저씨가 "자리돔은 고만한 놈이 제일 맛있어요. 챙겨 두세요"라고 했다.

자리돔을 노린 모두는 카드 채비를 썼다. 그런데 한 사람은 카드 채비를 반으로 뚝 잘라 5개의 바늘만 달았다. 10개를 달아봐야 다 물어주지도 않고, 한두 마리가 물어 채비를 흔들면 미끼가 다 떨어져 버리니 바늘이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트에서 산 생오징어를 챙겨갔는데 모두 반가워했다. 크릴 미끼는 금방 떨어지지만 오징어를 잘게 썰어 달아 놓으면 몇 번이고 다시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갯바위에서는 모두 친구

가지고 간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내놓았다. 김해에서 온 박 씨가 잘게 썰어 같이 나눠 썼다. 같은 부산이라도 금정구에서 다대포는 꽤 멀다. 길이 막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배 출발 시간을 10분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터라 철수시간도 못 물어보고, 점심 끼니용 김밥도 사지 못했다. 오직 물 한 통과 과자 몇 개로 버티자고 다짐했다.

양 씨와 박 씨는 각자 가져온 김밥을 꺼내 라면을 끓였다. 같이 먹자고 했다. 염치 불고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양 씨는 "갯바위에서는 다 친구 아입니까. 이렇게 먹어야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박승남 씨는 조카를 야단쳤다. 이런데 올 것이면 회초장과 얼음도 준비해야지, 라고 면박을 주었다. 새벽 2시에 전화해서 낚시 갈 준비를 하라고 말만 했지 얼음도, 양념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모 박 씨의 호통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입질이 좋은 자리돔이지만 하루종일 무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때는 좀 잘 물다가, 또 어떤 때는 아예 입질이 없었다.

"자리돔도 물어 주는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라고 말하자 옆에서 낚시를 하던 양 씨는 "아무리 잘 물어도 채비 넣을 때마다 다 물어 줄 리는 없지요"라고 답했다.

오후가 되자 바람이 일어 파도가 조금 세졌다.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니 까무룩 잠이 왔다. 그래도 집중력을 발휘해 낚시에 열중했다. 자리돔이 작은 살림통에 그득해졌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자리돔 낚으려면


자리돔은 군집을 이루어 살아간다. 암초나 산호초 수역 등 얕은 곳이 서식 영역이다. 제주도의 마라도 잠수함 체험을 하면 순치된 자리돔이 다이버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자리돔은 주둥이가 작아서 보통의 낚시바늘로는 잘 잡히지 않는다. 전용 카드채비가 있다. 붕어용 작은 바늘을 사용해서 낚기도 한다.

카드채비를 사용해서 잡지만 한꺼번에 10개의 바늘을 다 물어 주는 경우는 좀체 없다. 취재 당일 한 번에 가장 많이 문 숫자는 고작 3마리였다. 그런데도 10개의 바늘이 달린 카드 채비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워낙 밑밥이나 미끼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유영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10개의 카드 채비를 쓰면 어떤 때는 위쪽 바늘을 물고, 어떤 때는 아랫쪽 바늘에 걸려 올라오니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감성돔이나 벵에돔을 낚으러 오는 사람들이 주로 크릴 밑밥과 미끼를 사용하다 보니 나무섬 자리돔도 크릴에 대한 반응이 제일 빨랐다. 오징어와 크릴을 같이 끼우면 유독 크릴 미끼를 물었다. 하지만 크릴이 다 떨어지고 없는 바늘에는 오징어 미끼도 곧잘 물었다.

세진낚시를 경영했던 박진서 씨는 깐새우 미끼를 추천했다. 깐새우는 크릴에 비해 살점이 단단해 한 번 꿰 놓으면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 박 씨는 준비해 온 깐새우를 아침 나절에 모두 써 버렸다고 했다. 줄잡아 100마리가 넘는 자리돔을 낚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자리돔은 낚이지 않고 스스로 물어 주니 초보 낚시인에게는 축복 같은 어종이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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