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명 유래, 이참에 잘 따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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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좌천동 증산 위치에 '釜山故基'(부산고기)라고 표기돼 있는 군현지도.

 ■ 증산설

군현지도, 증산 위치에 '부산고기'
신라시대 '대증현'에서 부산 유래


부산(釜山)의 지명이 동구 좌천동 증산(甑山)에서 유래됐다는 '증산설'을 반박하는 '자성대설'이 최근 제기(본보 지난 5월 23일자 9면 게재)되면서 지역 학계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이에 대해 논의의 장을 펼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부산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더 미뤄 둘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재 부산의 지명 유래와 관련해 상당수 향토 사학자들은 부산(釜山)이 동구 좌천동 뒷산인 증산(甑山)에서 시작됐다는 증산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대 사학과 김동철 교수 또한 "굳이 무게를 둔다면 증산설 쪽"이라고 답했다.

이 설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편찬한 '부산부사원고(釜山府史原稿)'에서 신라 시대에는 부산을 대증현(大甑縣)이라 했는데, 이와 관련 지어 '증산(甑山)이 곧 부산(釜山)'이라고 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향토 사학자들은 또 '동국여지승람'과 '동래부읍지' 등에 나오는 '산이 가마솥(釜) 모양으로 생겨 부산(釜山)으로 일렀다. 그 밑이 부산포다'는 부분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외에도 임진왜란 이후 제작된 여러 지도에 현재 좌천동의 증산이 부산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들이 있다. 이를테면, 규장각 소장 군현지도(1872년) 중 '부산진지도'에는 현재 증산 위치에 부산고기(釜山故基)라고 표기돼 있어 증산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 자성대설

목장성지도, 자성대 정상에 '부산'
'증산'은 임란 이후에 나온 용어


반면, 부산근대역사관 나동욱 관장과 동아시아문물연구소 심봉근 소장이 주장하는 '자성대설'은 이와 다르다. 이들은 무엇보다 증산(甑山)이라는 명칭은 임진왜란 때 범천증산성(凡川甑山城·왜성)이 축조된 다음에 생겼기 때문에 성종 초기부터 사용된 부산(釜山)과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며, 증산설을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후기 제작된 경상좌수영지에도 왜성을 의미하는 '증성(甑城)'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 성(城)을 '시로'라고 말하는데, 당시 왜군이 시로라고 발음하는 것을 조선 측에서 기록할 때 시루로 알아들어 시루(甑)를 훈차해 증성(甑城)이라 하고, 왜성이 있는 산을 '시루산'이라고 한 데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자성대공원 정상부에 묵서로 `釜山`(부산)이라고 표기돼 있는 목장성지도.
이들은 1663년에 제작된 부산지역의 '목장성지도'에는 자성대공원 능선 정상부에 묵서로 '釜山'(부산)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부산의 위치가 자성대의 산임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내세우고 있다.

조선후기 변박이 그린 `부산진순절도`. 이 그림은 증산 근처에 부산진성의 모성(母城), 그 아래쪽에 부속성인 현 자성(子城)을 그려 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증산설을 주장하는 측과 자성대설을 주장하는 측의 지도 해석이 다르다. 부산일보 DB
양쪽은 특정 지도를 놓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정도다. 요컨대, 조선후기 화가 변박이 1740년에 그린 '부산진순절도'가 대표적이다. 증산설은 그림 속 두 개의 성(모성과 지성) 가운데 모성이 그려진 증산을 부산진성의 본거지로 판단하면서 부산 지명의 유래로 본 것이다. 하지만 나 관장은 "조선시대 2개의 성이 하나의 진(鎭)으로 이뤄진 경우는 없으며 조선시대 전통적인 읍성 축조 방식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계는 이제 부산의 유래, 곧 정체성을 밝히는 문제는 더 이상 미뤄 둘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김동철 교수와 나동욱 관장은 "부산 지명의 유래를 놓고 논의의 자리를 만들어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부산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이 있는 만큼, 부산시가 방관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자성대설이 잇따라 제기되는 마당에 논의 과정 없이 이대로 이어질 경우, 현재 문화재 안내판이나 명칭 등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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