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수면장애 대처법] 성장호르몬 80% 숙면 때 분비… "잘 자야 잘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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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고통은 어른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에 시달린다고 한다. 수면장애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의들이 말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자고 싶어도 못 자는, 불면의 고통은 어른 만의 것일까?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서혜은 과장은 "수면장애는 어른에게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아들에게도 다양한 수면장애가 있다. 다만, 소아는 스스로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고, 수면장애로 나타나는 증상도 어른과 다르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른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불면증?

■아이들의 불면, 꼼꼼히 살펴봐야

밤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고, 자주 깨는 증상은 아이들에게서 가장 처음 나타나는 수면 장애 증상이다. 취학 전후로 아이 10명 중 2~3명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밤에 잠을 잘 때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숨을 쉬지 않는 경우도 있다.

10명 중 2~3명 제대로 못 자
성장·학습 전 영역 문제 야기

스스로 자는 수면 습관 중요
게임·TV 멀리하고 빛 차단을


이런 아이들은 낮이나 밤이나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가 많고, 잠을 잘 때 몸부림이 심하거나, 이상한 자세로 잠을 자기도 하고, 땀을 심하게 흘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특히 아이에게서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때 자주 나타난다.

그 밖에, 몽유병과 같이 자다가 일어나서 걸어 다니거나, 뭔가를 몹시 무서워하면서 소리 지르고 우는 야경증도 있고, 자다가 몸을 자꾸 움찔거리기도 하고, 밤에 자기 전에 다리가 불편하다고 보채는 증상도 있다.

■단순히 불면의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하게 잠들지 못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밤의 불면이 결국 낮 동안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한창 커 가는 아이들에게서 수면장애는 성장, 발달, 인지, 학습, 정서, 대인관계 등 삶의 전 영역에 문제를 야기한다.

아이들의 성장 호르몬은 주로 80% 이상이 깊은 수면 단계에서 분비된다. 잠 못 자는 아이가 제대로 크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특히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즉 기도가 좁아져 잠을 잘 때 제대로 호흡을 못하는 증상이라면, 숨을 쉬기 위해 많은 힘이 들고, 그래서 몸의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 땀도 많이 흘리게 된다. 정상의 아이에 비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아이들에게서 몸무게와 키에서 또래 평균치에 크게 모자란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수면은 '얕은 잠', '깊은 잠', '렘수면'(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 있는 상태의 수면)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깊은 잠'은 피로회복에, '렘수면'은 인지·기억력 향상에 중요하다. 요컨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피로회복이 안되고, 졸리기도 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인지 능력도 저하되어 학습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집중력이 저하되고 산만한 행동이 늘어나면 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로 오인 받을 수도 있고, 이런 행동 자체도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밤에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하는 아이일수록 학교 성적이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콜로라도-푸에블로 의과대학의 연구진에 의해 제시된 적도 있다.

■재우지 말고 스스로 잠들도록!

불면증은 잠이 들지 못하는 것, 자다가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것,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크게 나뉜다.

하지만 아이들의 불면증은 혼자서 잠들지 못하고, 자다가 깨서 우는 형태로 주로 나타난다. 부모들은 '하룻밤에도 4~5번씩 자다가 깨서 우는 현상이 혹시 무슨 병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이는 특히 유아기의 수면 습관이 잘못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시기 수면 습관을 어떻게 들이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졸릴 때 안아주면서 완전히 재워서 눕히는 습관이나, 젖이나 우유병을 물려서 잠을 재우는 것은 불면증을 키울 수 있다. 즉, 재우지 말고 스스로 잠드는 아이로 만들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수면장애도 심해지면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평소 간단하게 습관을 교정시키는 것만으로 좋아질 수 있다.

먼저, 잠자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일정한 과정을 정해 두는 게 좋다. 잠자기 30분 전이나 한 시간 전부터 잠이 들 때까지 몇 가지 순서를 정해 두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순서대로 지켜서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잠자는 시간 근처에는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하고, 게임이나 TV 등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잠들기 2시간 전에는 TV 시청이나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 등을 하면 안된다. 이런 전자기기는 의외로 강한 빛을 내뿜는다. 이 빛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교란시킬 수 있다. 특히 게임을 하면 뇌가 흥분 상태가 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아늑한 잠자리 조성을 위해 빛은 차단하는 게 좋다. 아이가 어둠을 무서워 한다면 잠들기 전까지 은은한 부분 조명을 켜둬도 되지만, 잠들면 반드시 모든 불은 꺼야 한다. 그래야 뇌가 밤으로 인식해 깊은 휴식을 취한다.

무엇보다 유아기와 마찬가지로, 재워주기보다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낮잠을 자는 아이들의 경우, 오후 4시 이후의 낮잠은 밤잠을 방해할 수 있다. 초콜릿이나 코코아, 콜라 등 카페인이 포함된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온도는 너무 덥지 않게 한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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