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발장도 '흉기'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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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로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아파트에서 어린이가 신발장에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해 부실 시공 의혹을 사고 있다.

15일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4시 기장군 정관면 H아파트에서 A(9) 군이 현관 신발장에 깔려 숨진 사건과 관련, 최근 신발장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시공사의 과실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신발장의 설계 하자나 부실 시공이 확인되면 아파트 시공사인 LH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관신도시 H아파트
9세 초등생 깔려 참변
시공사 부실 공사 논란
지난해에도 2명 다쳐


사고 당시 A 군은 외출하기 위해 현관으로 가다가 갑자기 신발장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변을 당했다. 문제의 신발장은 높이 2.3m, 너비 1.2m, 깊이 35㎝ 크기이며 나무로 제작됐다.

이 아파트의 신발장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2월에도 한 가정의 신발장이 넘어져 어린이 2명이 큰 부상을 당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어린이 중 1명은 두개골 함몰로 몸 한쪽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는 애초에 신발장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LH 측은 신발장을 고정식이 아니라, 세워 놓는 거치식으로 설계했다.

최근 새누리당 하태경(부산 해운대·기장을) 의원이 H아파트에 대해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발장과 천장의 간격이 4㎝로 설계됐지만 실제론 6∼7㎝ 틈새가 벌어진 곳이 다수 발견됐다. 하 의원 측은 LH가 안일하게 신발장을 설계하고 부실하게 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LH는 지난해 2월 사고 뒤 지금까지 H아파트 전체 1천533가구의 75%에 대해서만 신발장을 고정시키는 보강공사를 했다. 그러다 지난 2일 사고가 나자 불과 열흘 만에 나머지 25%에 대한 보강공사를 마무리했다.

기장경찰서 관계자는 "보강공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미뤄 LH 측도 안전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LH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 "LH는 민간 아파트와 달리 설계부터 시공, 감리, 준공검사까지 모두 맡고 있어 안전관리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신발장 보강공사를 완료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백상 기자 k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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