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행사 상해보험 '사고 나면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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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각급 학교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수학여행 등 학교행사의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보험사가 보험약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보험계약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히 보상되는 줄 알고 있는 보험가입자의 정서나 일반인의 통념과 맞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14일 부산외국어대에 따르면 지난 2월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와 관련, 최근 동부화재가 피해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부산외대에 보내왔다.

부산외대 참사 피해 보험금
동부화재 "지급 불가" 통보
학교 측 과실 아니다 판단

유족들 "핑계에 불과" 황당
학교, 법적 대응 검토 파장


동부화재와 부산외대는 지난해 4월 인명 피해 발생 때 사고당 최대 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배상책임보험인 '업그레이드 대학종합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으로 사고당 치료비는 최대 3천만 원까지 보장된다.

그러나 동부화재 측은 공문에서 "학교 측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돼 (피해자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만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며 "학교 측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는 리조트 붕괴 사고에서 학교 관계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학교가 붕괴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학교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동부화재 측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하더라도 유족이 마우나리조트로부터 법률상 손해액 이상의 배상금을 지급받았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통상 배상책임보험은 학교시설에서 생긴 사고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예외적으로 학교장이나 대리인이 허가하고, 교직원이 인솔·감독해 이뤄지는 교외활동도 학교업무로 보고 보상해준다. 하지만 부산외대 참사 피해는 학교장 허가나 교직원 인솔이 없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게 동부화재의 입장이다.

이로써 부산외대 사망자들 유족과 부상자들은 보험사로부터 일체의 보험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유족들은 "리조트 붕괴사고는 대학이 후원하고 학교 관계자가 참석한 행사"라며 보험사에 항의하는 한편 14일 부산외대를 방문, 입장을 전달했다.

부산외대도 보험사와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정용각 부총장은 "학교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오리엔테이션 사고에 대해 무조건 보험 적용이 가능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교들이 다양한 사고에 대비, 비슷한 보험에 가입하는데 이런 식으로 보험금 지급을 피한다면 보험들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의무 발생 여부 판단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지만, 혹시 법 적용의 하자가 있는지, 보상 가능성 등을 동부화재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송지연·이정희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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